Diary

Jan. 12. 2019. ‘신림’

신림 고시촌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 처음 계획은 서울대입구 역 맛집이었지만, 줄이 길어 근처 고깃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건 정말 고역이다. 무엇보다 열심히 기다린 결과로 바글바글한 곳에서 치이며 식사를 하는게 제일 별로다. 특히 오늘은 두꺼운 패딩에 가방까지 메고 있던터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밥을 먹고 뭘 할까 고민하다 영화나 보기로 했는데, 그다지 볼만한 것도 없고 시간대도 애매해서 친구가 사는 방이나 볼까해서 잠시 놀러갔다. 친구가 있는 신림 고시촌은 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다. 출퇴근을 여기서 할까 생각했는데 환승이 빡세보이고 여기도 10평 정도의 방은 없어서 관뒀다. 작년엔 친구와 투룸에서 함께 살까 생각도 했는데, 내가 신혼이고 아내가 한 달에 한 번 올라올 때 지낼 곳이 없어지니 그냥 혼자 자취를 선택했다.

집토스에서 방을 찾아보니 대치동이나 양재쪽에 괜찮은 방이 있는 것 같아 아내에게 이야기했는데,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아서 그냥 지금 방에서 좀 더 견뎌보기로했다. 쉐어하우스는 개인 공간은 2.5평 수준이라 그냥 공용공간이 좀 세련된 고시원 같은데 가격은 60만원이고 아내가 올라올 수 없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지금 방이 가성비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난 보증금이 없어서 이 방에서 견딜 수 밖엔 없다. 다달이 경찰에 상환하는 비용이 이제 17개월 남았는데, 그 이후에나 월급에 여유가 생길 것 같다. 특히 이번 달 부터는 매달 어머니께 돈을 드려야해서, PT나 영어회화를 줄일 지 고민하고 있다.

신림은 물가가 저렴하고 역 근방은 출퇴근 시간만 피해서 다니면 나쁘지 않은 곳이다. 내가 좀 더 불편하게 생활한다면 돈을 아낄 수 있는 건 확실한데, 나이가 서른이 되니 그렇게까지 하긴 싫다. 정신적으로 견딜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든다. 언제까지 고생을 해야하나 싶다. 그래도 내 정도면 남들에 비해서 편하게 살아온 축이 분명한데도 이런걸보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대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 것인지 상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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