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Jan. 4. 2019. ‘정서적인 거리’

오늘도 늦잠을 잤다. 벌써 금요일인데 연초의 휴가를 온 몸으로 즐겨내는 중이다. 돌아가면 해야 할 일들이 많을텐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한 번 수면패턴이 꼬인 상태에 들어오니 좀처럼 고쳐질 생각이 없다. 아내를 두고 올라가는 걸 생각하니 슬퍼진다. 아내와 같이 있을 때 나는 나대로 나가서 놀고 아내는 집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태반이었다. 그래도 돌아갈 곳이 있고 거기에 아내가 있다는 건 서울과 정서적으로 너무 다르다. 아내도 내가 있고 없는게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우린 서로에게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이 크다.

서울에 집을 구하는 건 정말 어렵고, 아이를 기르는 건 그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니 언제쯤 우리 가족이 함께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럴 때면 이직한 걸 후회하다가 또 문득 과거를 돌아보면 그래도 이게 적성이란 생각이다. 서울 생활이 워낙 팍팍하니 돈을 모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동생을 만나서 초밥집에 갔다. 나는 회를 싫어하지만 회전초밥 가게는 해산물이 아닌 초밥도 많아서 밥먹기에 나쁘진 않다. 동생은 올해 스물이 되었는데, 어릴 때 1년 입원한 적이 있어서 이제 고3이다.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고 집중력이 없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둘 다 교육에 대해선 모르다보니 진로에 대해서도 아는게 없다. 올해 수능 등급 배치표를 대략보니 정시 비중이 10년 전보다 대폭 줄어서 컷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동생이 올해 각잡고 열심히 달려들어도 역전의 가망성은 없어보인다. 그래도 성격이 비뚤어진 것도 아니고 여린축이라 다행이다. 때가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찾아야만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성인 이후의 인생은 자기 몫이고 가족은 수동적인 도움 이외엔 별 소용도 없다.

밤에는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동생과 만나서 PC방에 갔다. 새벽 5시까지 롤을 했는데 7연패를 해서 배치 랭크가 내려갈 곳 없는 아이언이 되었다. 이 정도면 운이 없는게 아니라 내가 정말 못한 것이다. 접어야지 하면서도 집에가면 또 하고 싶다. 서울 자취방에 컴퓨터가 없는 것이 다행이고 회사 노트북에 롤을 설치할 수 없는게 다행이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나는 올해 반드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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