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Mar. 2. 2019. ‘2019년 9주차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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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 3.1절이라 한 주 일정이 더 빠르게 느껴진 한 주였다. 그 중에서도 월요일이 가장 빨랐다. 아침엔 전세를 위해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었고, 오후에는 미팅이 2개 잡혀있었다. 은행에서는 내가 제출한 갑근세 자료가 2월 기록이 없어 안된다고 했다. 2월 월급까지 포함해서 다시 자료를 받으려면 일정이 좀 빠듯했다. 다음 주 월요일이 계약일인데, 금요일이 주말이라 목요일에는 대출을 신청해야했다. 이전 경험으로는 자료를 재발급받는데 2~3일이 걸려서 운이 없으면 못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미팅까지 마치고 나니 하루가 금방 끝났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갔다.

화요일엔 처남이 여자친구와 회사에 놀러왔다. 처남이랑 알고지낸지도 좀 오래됐다. 내가 대학 2학년일 때 모교 방문으로 만났으니 벌써 8년이 지났다. 여자친구와는 2년 정도 되었다는데 참 케미가 잘 맞아보인다. 처남은 스스로 자기 일이나 진로를 잘 만들어간다. 군대 가기 전까지는 말이 없고 노잼이었는데, 군대에서 성격이 좀 바뀌어서 말이 많은 노잼으로 돌아왔다. 리액션은 나름 늘었는데, 지금 여자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리액션을 참 잘해서 좋다고 한다. 처남은 올해 로스쿨에 갓 입학했는데, 서로 바쁘더라도 잘 만났으면 좋겠다. 경험상으론 바쁘다고 데이트를 미뤄도 여유로워지지 않고, 바쁜 일정에 데이트를 추가한다고 인생이 망하지도 않는다. 오후의 미팅은 내가 주관하는 첫 미팅이었는데, 매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내가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반성해야한다. PT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수요일엔 근처에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났다. 축의금을 잊고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과 오랜만에 보고 싶은 마음으로 만났다. 대학 동기와 만나서 경찰에 대해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기껏해야 승진이나 인사에 대한 이야기고 업무에 대해선 내가 더 아는게 없다. 그 이외에는 폐교 수순을 밟고 있는 학교와 조직 밖으로 탈출하고 있는 동문에 대한 이야기 정도다. 오늘도 미팅을 했다. 이번 주가 유독 미팅이 많은데, 사실 내가 뭘 안했으면 없었을 것들이 태반이다. 오늘도 헬스를 하고 집에 갔다. 갑근세 자료가 다행히 재발급되었다.

목요일엔 갑근세 자료를 가지고 신용대출을 받으러 갔다. 신용 대출로 20%, 전세 대출로 80%를 채울 생각이었는데 은행원이 전세 대출을 같이 알아봐주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현재 세입자도 전세대출이 걸려있어서 동시 대출이 안된다는 것이다. 내 생각으론 내가 전세대출을 받아 주인에게 주면, 주인이 그 돈을 현 세입자에게 줘서 세입자가 상환을 하면 되지 않나 싶은데 그렇겐 안된단다. 그 때문에 전세계약은 깨져버렸고, 지금 사는 집에 더 살게 되었다. 오늘도 미팅을 했고, PT를 받고 집에 돌아갔다. 내일이 3.1절이라 사실상 목요일 저녁부터 주말이다.

이번에 개봉한 ‘빠삐용’을 보려다 평이 별로 좋지 않아 관뒀다. 1973년 원작을 본 사람들의 리메이크작에 대한 평은 좋지 않다. ’빠삐용’을 언제 봤는지 그 시기는 구체적이지 않지만 당시 내 상황은 정말 좋지 않았다. 아마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혼자 공부하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은 몇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탈옥에 성공한다. 그 영화를 볼 때의 나는 지금같은 미래를 하늘의 별만큼 먼 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긴 터널의 시간을 지나서 많은 실패를 거쳐 그렇게도 원하던 현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제 생각하게 된다. 과연 빠삐용은 탈옥후에 어떻게 살았을까. 그 오랜 시간을 염원하던 탈옥을 성공한 후의 삶을 그는 탈옥만큼이나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었을까. 성공한 사람들이 부패하고 몰락하는 이유는 그 다음의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흐르지 않는 물이 쉽게 썩는 것처럼 모순적이게 인생 최절정의 순간이 부패와 몰락의 시발점이된다. 몰락을 피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갈망하고 도전하는게 아닐까. 오늘도 헬스를 가서 이번 주 평일은 모두 헬스를 갔다. 물론 금연으로 인해 늘어난 먹성으로 체중은 감소하지 않았다.

토요일엔 늦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영어회화 클래스를 하나 듣고, 점심을 먹은 뒤 또 오후에 잠을 잤다. 이 정도면 딱히 주말에도 근면히 일하는 모습은 아니다. 저녁엔 처음으로 글쓰기 그룹에 참여했다. 생긴지 얼마 안되는 모임인데, 매주 모여 특정한 주제로 글을 쓴 후에 서로 자신의 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중엔 그 글들을 엮어서 자신의 책을 만들어주는 모임이다. 한 번의 모임에 한 두 장 정도의 분량이 나오는데, 상반기 작업만으로 개인 출판이 가능할진 모르겠다. 아마 내가 기대하는 것과 실제 계획된 출판의 규모가 좀 다른가보다. 모임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볼 수 없는 건 좀 아쉬웠다. 자기 글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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