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처음으로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은 나름 만족스러워 일요일에도 참여했다. 그 핑계로 주말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러가버려서 아쉽다. 이 모임은 서로 자기소개를 할 때 각자 이름과 나이와 사는 곳을 말한다. 이 정보들은 오픈 채팅방에서 각자의 닉네임으로도 사용된다. 생각해보면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닌데, 한국에서는 상대방의 나이를 물어보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다. 나도 예전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나이를 물어봤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 누가 형인지를 따지고 존대 또는 반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에서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 이유는 그냥 남에게 신경을 딱히 쓰지도 않고,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쓰기 때문인 듯하다.
월요일에는 런치 게스트로 현재 PT를 담당하시는 선생님을 초대했다. 작년 8월부터 운동을 했으니 그래도 6개월 정도는 PT를 꾸준히 받아왔다. 선생님은 아마 이번 달을 기점으로 퇴사를 할 것 같다고 하신다. 6개월간 나도 운동하는 습관이 좀 붙은터라 이젠 혼자서 운동을 하려고 한다. 나보다 더 벌이가 좋은 사람들도 PT는 비싸다고 받지 않는데, 내가 하는 건 사치가 맞다. 자신의 벌이를 기준으로 60% 정도를 소비하고 나머지를 저축하는게 괜찮다고 하는데, 그 정도엔 못 미치더라도 한 달에 100만원은 저축해야겠다.
화요일에는 파고다 어학원에서 수강 영수증을 받아오려고 했는데, 늦잠을 자고 말았다. 담배를 끊고나서 아침이 좀 더 개운해진 건 확실한데 침대에서 나오긴 여전히 귀찮다. 알렌카에서 강의했던 방식은 다른 중독들을 치료하는데에도 응용될 수 있다. 내가 중독에 빠져있는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음식인데 야식을 먹는게 어느 순간부터 습관이 되었다. 두 번째는 게임이고, 세 번째는 스마트폰이다. 이 세가지에 대한 중독만 완전히 끊어버린다면 훨씬 생산적이고 건강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다. 위의 세가지 중독은 육체적인 중독이 아닌 심리적인 중독으로 자기 암시를 통해 이것들을 그만둠으로써 잃을 행복에 대한 불안감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자각시킨다. 이런 심리적 중독은 더욱 강한 자기암시를 스스로에게 주입함으로써 끊어낼 수 있다. 흔히 매사 부정적인 사람의 인생이 실제로도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자기암시는 스스로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자기암시로 도움을 받은 것은 지금이 두 번째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기 전까지 나는 아예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첫 모의고사 점수가 30점일 정도로 기본이 없었다. 실력이 없으니 그만큼이나 하기도 싫었는데, 그래도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매 번 공부를 할 때마다 ‘나는 영어를 너무 좋아하고 너무 공부하고 싶다’는 암시를 스스로에게 걸었다. 그리고 결국엔 극복했다. 그래, 지금 내가 가진 이 세가지 좋지 않은 습관도 자기암시를 통해서 극복해봐야겠다.
수요일에는 드디어 동아리를 만들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여러 동아리들을 소개받았는데, 밴드같은 동아리가 없던게 좀 아쉬웠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동아리는 그냥 노래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방에 가는 동아리다. 사실 이 역삼역에는 코인 노래방도 없고, 노래방을 가장한 유흥업소들이 많기 때문에 좋은 노래방을 찾기도 힘들다. 같이 동아리를 만든 분과 포스터를 만들어 각 층에 붙이고 홍보 메일을 돌렸다. 놀랍게도 정말 빠르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니 다음주까지는 무슨 플랜이라도 만들어내야겠다. 괜찮은 주변 노래방들을 찾아내고, 트레이닝을 받을만한 장소를 찾아봐야겠다. 그룹 트레이닝은 실제로 참여해 본적은 없어서 주변의 소모임에 가입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좀 봐야겠다.
목요일에는 구글 커리어데이 행사가 있었다. 원티드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최초의 구글 리크루팅 행사라고 하는데, 약 200명의 신청자분을 모시고 설명회와 부스 행사를 가졌다. 나는 그냥 Volunteer의 역할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부스에서 찾아오시는 분들의 질의에 응답을 해주는 역할이었다. 이번 리크루팅 행사는 경력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나보다도 훨씬 경력이 높은 분들을 대하는 건 정말 부담스러웠다. 지원자분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이 대게 공통적이었기 때문에 FAQ를 미리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는 이번 행사를 통해 다음 번 행사에서는 더 전문적인 답변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자는 자극을 받았다. 아직까지 나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구글 엔지니어의 모습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내가 가장 겁나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보고 우리 회사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서라도 나는 열심히 해야한다.
금요일엔 새로운 계획표를 만들어보고자했다. 여러 개의 일들이 주어진다. 어떤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처리해야할 작업들이 필요하다. 이 작업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사전에 완벽히 알 수는 없다. 일단 시작하고 나서야 중간중간에 필요해서 추가되는 작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과 일 사이에도 연관관계가 존재한다. 가령 A라는 일의 어떤 작업 a는 B라는 일의 어떤 작업 b가 끝나야만 처리할 수 있는 식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연관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면서도 각각의 일들에 대해서 현재 처리해야하는 작업들과 이미 처리한 작업들을 알 수 있는 계획표다. 이것만 만들어지면, 매일 일일 리포트를 적을 때 반복되는 작업을 줄일 수 있다. 올해의 목표도 좀 더 구체적으로 개선해야한다. 남은 주말은 아내가 올라와서 함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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