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Sun, Mar 17, 2019 ‘11주차 일상정리’

English Version

월요일

오늘 아침엔 와이프가 교육원으로 돌아갔다. 교육원 복귀 시간이 좀 여유로운터라 아침까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신혼여형이나 명절을 제외하면 아내와 일요일 저녁을 함께 보낸 기억이 없다. 항상 우리는 일요일 오후면 서로의 집으로 돌아간다. 주말 부부도 아니고 격주말 부부인 우리는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부부는 아니지만 서로의 일상에 큰 불만을 가지진 않는다.

오늘부터 혼자서 운동하기로 했다.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좋은 시설에서 운동할 수 있는 기회와 합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 수영을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데, 다음 달 등록기간엔 내가 예비군이라서 등록을 할 수 없다. 막상 등록을 하더라도, 언제 갈 것인지 조금 애매하다. 아침에 가기에는 너무 힘들어보이고, 아마도 저녁에 가야할 것 같다.

화요일

사내 동아리는 회원이 충분히 모여서 뭐라도 공지를 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되었다. 이번 주는 화이트데이도 있고, 적어도 한 주전에 공지하는게 괜찮아보인다. 하지만 다음주에는 내가 예비군이라 가능한 날이 월요일 뿐이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서 일단 7명 정도까지만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참여인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그 중 세 명이 창립멤버라서 실제로 새 회원은 많아야 4명이다. 7명도 한 방에서 놀기에는 좀 애매한 숫자다. 한 곡에 3분 30초라고 하면 한 곡을 부르고 다음 곡을 부르기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부를 때 같이 재밌게 놀만한 뭔가를 생각해야할 것 같다.

수요일

이번 주까지의 중간 점검을 해봤다. 한 주는 정말 빠르다. 평일은 기껏해야 5일이고, 그 동안 내가 하는 일의 양이 그다지 많지 않다. 저녁과 주말에도 조금씩은 일을 하는데도 내가 만족할만큼의 속도는 나오지 않는다. 분명히 이건 내가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들이 효율적이지 않아서 그렇다. 어떤 작업이 끝날 때까지 단순히 핸드폰을 보면서 기다리거나 하면서 보내는 시간들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좀 더 병렬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오늘은 런치 스케줄이 하나 있었는데 일정 때문에 티타임으로 변경되었다. 다른 팀 사람들을 만나는 건 정말 재밌고 새로운 경험이다. 너무 재밌어서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기 때문에, 다른 영역의 지식을 배운다거나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기에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정말 좋다.

저녁엔 곧 결혼하는 동기를 만났다. 이 친구는 대학 기숙사 4학년 룸메이트였는데, 밤에 자주 술을 같이 먹었다. 기숙사 내에선 금주였기 때문에 나는 옷장의 옷 속에 잭다니엘을 숨겨놓았다가 저녁에 콜라와 섞어서 잭콕을 만들어 친구와 먹었다. 오랜만에 술을 먹을까 했는데, 어차피 막 마시지도 못할 것 같아 그냥 카페에 가서 차나 마셨다. 나를 포함해서 정말 많은 동기들이 결혼하고 있다.

목요일

현재 생활패턴에 점점 더 적응하고 있다. 일은 생각보다 느리지만 무리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좀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일이 막혔을 때 도와주는 분이 생겨서다. 현재 내가 다루는 시스템은 다소 복잡해서, 이해하거나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 부분을 잘 알고있는 누군가가 도와주면 일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마침 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을 끝낸 후에 남는 시간을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쓴다면 정말 베스트다. 언젠가 시스템을 좀 크게 고쳐야할 때가 왔을 때 스스로 잘해내고 싶다.

구글 킥스타트에 자원 봉사를 신청했다. Google Kickstart는 Google Codejam과 비슷한 형태의 코딩 대회다. CodeJam이 매년 개최되며 예선부터 파이널까지 여러 라운드로 구성된 반면, Kickstart는 개별 라운드가 몇 달 간격으로 개최된다. 난이도도 Kickstart가 좀 더 쉬운편이다. Codejam이나 Kickstart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리크루터로부터 인터뷰 제안을 받을 수 있다. 내 경우에 CS 관련 경력은 없었지만 이런 대회 이력이 많았기 때문에 서류 단계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만큼 나에겐 고마운 대회이기에 매니저님 허가를 받아 일주일에 3~4시간 정도 기여하기로 했다.

금요일

2018년 3월 16일은 1년 전의 내가 지금 회사의 리크루터로부터 채용 인터뷰 안내 메일을 받은 날이다. 날짜 상으로는 내일이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인데, 내가 요일만 보고 오늘인 줄 착각했다. 그 때 나는 기동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5월 초에 지구대 발령이 예정되어 있었다. 원서를 넣은 시점은 작년도 12월 말 쯤으로, 이미 3개월이 지나 전혀 기대감이 없던터다. 메일을 받고 나서 정말 기뻤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내가 지원한 회사는 총 세 곳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이직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대로 시간이 흘러버리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막상 리크루터에게 메일을 받고나니 덜컥 이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터뷰 과정은 특별히 길었다. 폰 스크리닝은 없었지만, 오프라인 면접을 8번 보고 최종적으로 팀이 결정되기까지 오피스를 4번 방문했다. 매 일정마다 김해에서 서울로 이동해야했기 때문에, 휴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기동대에서는 동료분들이 배려해주신 덕에 휴가를 쓰기 쉬웠다. 하지만 면접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5월이 되어서 지구대로 간 후에는 휴가를 마음대로 쓰기가 쉽지 않았다. 팀 단위 스케줄에서 서로 휴가 일정을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운 좋게도 내가 필요한 날들이 모두 비어있어서 문제없이 면접을 보고 돌아왔다.

이후 과정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가장 어려운 건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아내는 우선 연봉협상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다행히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그 결과는 매우 좋았고, 쉽지는 않았지만 양가 부모님을 설득한 이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상견례를 한 다음 혼인신고를 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8개월이 흘러서 1년을 맞이했다. 2005년으로부터 14년이 흘렀다.

토요일

원래 영/한 일기를 하나의 포스트에 같이 기록하던 것을 따로 나누어서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대신에 각 버전에서 다른 버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링크를 넣어주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를 하나 발견했는데, 다른 포스트의 링크를 만들 때 반드시 사이트 IP 주소를 넣어줘야만 링크가 제대로 걸리는 문제다. 예를 들어서 mrkimkim.com/diary/1과 같은 식은 안되고, 128.0.0.1/diary/1과 같은 형태만 가능한 것이다. 나는 hosting.kr에서 mrkimkim.com 도메인을 관리하고 있는데, 사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모른다. 워드프레스 설정에서 IP로 설정되어 있던 기존 주소를 mrkimkim.com으로 연결하니 사이트 접속이 안되기 시작한다. hosting.kr에서 HOST IP를 서버 주소로 세팅해줘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도통 답은 나오지 않고 답답하던 차에 nslookup으로 실제로 네임서버에 등록되어 있는 mrkimkim.com의 IP를 보니 지금 사용하는 서버 IP와 다른게 아닌가. hosting.kr에서 내가 네임서버 설정에 예전 서버의 IP를 설정해둔 탓이다. 이걸 고쳐주고 나니 정말 간단히도 문제가 해결되었다. 고작 이것 하나를 못고쳐서 자괴감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참 다행이다.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길했다. 그 중의 하나가 사람들은 자신들이 동물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생물학적인 동물의 본성을 버릴 수 없다. 문명에 의해 가려져있지만, 4000년전의 인간과 지금의 인간 사이에 생물학적인 차이가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들판을 뛰어다니던 야만적인 시절과 현재의 인간은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그 시대가 더욱 더 인간의 본성에 진실했던 순간들이고, 지금의 시대는 자신에 대한 위선 또는 자신이 동물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하는 멍청함이 만연할 뿐이다. 인간은 단순히 지능이 높은 짐승일 뿐이고, 오히려 다른 짐슴에 비해 끝없이 악랄해질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사회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역설적이게도 더욱 인간적인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

일요일

이번주 주말에도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글쓰는 시간이 다소 짧은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 생각을 듣는 건 나쁘진 않다. 인원이 많이 늘어서 예전만큼 서로 많이 질문하지 못한다는게 조금 아쉽긴하다.

다음주 화요일에 예비군을 간다. 작년에 가지 않은 훈련까지 합쳐서 2주 연속으로 예비군을 가야한다. 경찰은 예비군을 받지 않는 특정직이라 내 군복은 내가 경찰일 때 부모님이 버리셨다. 대학 동기들 대다수도 나와 같은 사정이라서 군복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군화와 벨트 따위는 인터넷에서 판매하기에 급하게 구매했다.

뉴스에서는 접하는 전 세계의 전쟁과 테러는 우리의 일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다. 태어날 때부터 당연했던 평화는 그 소중함을 느끼려고 해도 잃어본 적이 없어 너무도 흔하다. 군에 대한 인식도 별로 좋지 않다. 군대를 빠질 수 있는 방법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병역특례로 산업체에서 복무할 수도 있고, 전문 연구원 제도를 통해 박사 과정을 밟는 것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아예 원정출산을 통해 타국의 시민권을 획득해서 자녀의 병역을 면제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 외에는 의료기록을 통해 면제를 받거나 공익으로 빠지는 방법이 있고, 다른 대체 복무를 하는 방법도 있다. 육군은 그렇게 빠지지 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나는 병역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무조건 안가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희생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국방의 혜택은 모두가 누리지만 그 의무는 호구들이 부담한다. 종교적 양심을 넘어서 개인의 양심에 따라 누구나 집총을 거부할 수 있는 시대는 필연적이다. 군대는 더 이상 누군가의 희생에 의존하지 않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조직이 되어야한다. 그 비용은 그대로 세금으로 충당되어야 하고, 대한민국에 상주하는 모든 이들이 국적과 성별에 관계없이 국방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 국가가 아닐까 싶다.

아. 예비군 존나 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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