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2019 (한글)Diary

2019년 8월 15일 목요일 – (광복절)

광복절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징검다리 휴일을 만들어 고향에 내려왔다. 프리미엄 버스는 항상 옳지만 시간대는 참 아쉽다. 현재로선 프리미엄 버스 노선은 밤 늦게 출발하는 한 대가 전부다. 도착하면 완전 새벽이라 바로 잠에 들어도 다음 날 늦잠을 잘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편함을 한 번 느껴버리니,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다.

오늘은 광복절이다. 작년까지만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환기되는 정서가 다르다. 나는 애국심이 없다시피 하지만,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분들에게 큰 감사함을 느낀다.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면서, 가능성도 희박한 싸움에 인생의 전부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은 충분한 존경을 받을 자격이있다. 정말 존경스러운 점은 자신의 국가가 리더의 무능으로 타국의 지배를 받는 막장같은 상황에서도 놓지않은 애국심이다.

물론 후손들의 삶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 분들처럼 희생할 마음이 하나도 없다. 독립 운동가를 포함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모든 이들의 삶은 하나같이 비참했다. 나는 이들이 존경스럽지만, 이들처럼 되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타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생각도 없다. 이분들의 삶이 희생을 강요하는 홍보물이 되는 것도 싫다. 그나마 기억에 남은 이들은 행운이며, 기억되지도 못한 나머지는 최소한의 명예조차 얻지 못한다. 언젠가 내가 요행으로라도 큰 부를 쌓게 된다면, 비밀스레 그들 후손들의 삶을 돕고 싶다. 국가는 보상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이들을 비하하거나, 웃음의 소재로 삼는 이들을 볼 때마다 혐오스러움을 느낀다. 인권과 공감이라는 말은 점점 더 널리쓰이는데, 실제 사람들의 공감능력은 점점 더 떨어져가는 것 같다. 그들에 대한 혐오는 희생에 대한 거부감을 증폭시켜, 결국 집단을 와해시키는 원흉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


2019. 8. 15. diary (한글) 광복절

admin

Recent Posts

2025년 10월 12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76주차

AI AI Agent들이 어느 정도 유용한 건 맞지만, 생각보다 성능이 그렇게 시원찮은지는 모르겠다. 특히나 코드…

2개월 ago

2025년 9월 21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73주차

중간 점검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여름이 훌쩍 지나 3분기는 이제 겨우 한 주가 남아, 올해의…

3개월 ago

2025년 9월 7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71주차

금주 금주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미 술을 먹기로 하고 잡은 2개의 회식들은 예외로 하고, 나머지 자리에서는…

3개월 ago

2025년 8월 31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70주차

티앤미미 예약이 그렇게 힘들다는 티앤미미를 처남네가 운좋게 예약해서 어제 저녁 다녀왔다. 딤섬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는데,…

3개월 ago

2025년 8월 17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68주차

아난티 부산 시설과 고객 서비스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방향인 호텔이 있을까 싶다. 시설의 퀄리티는 5성급이라기에…

4개월 ago

2025년 8월 3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66주차

스트레스 관리 ENTJ 성격 특인지는 몰라도, 나는 계획했던 일에 변수가 생기면 그 순간 큰 스트레스를…

4개월 ago

This website uses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