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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8일 수요일 (메가스터디 모의고사)

메가스터디 모의고사

오늘은 동생의 모의고사 날이다. 올해 입시에는 변수가 참 많다. 코로나 때문에 11월이던 수능은 12월로 연기되고, 고3이 되자마자 치르는 전국 단위 3월 모의고사도 4월로 연기되었다. 4월로 연기된 모의고사도 상황에 따라 다시 연기되거나 취소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공부를 안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학교와 상관없이 학원에서는 자체 모의고사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모의고사는 메가스터디 학원에서 주관하는 모의고사다. 재수 학원 모의고사는 현역 모의고사 보다 문제 수준이나 등급컷이 높은 편이라 동생이 좀 자극받기를 바라고 있다.

모의고사가 끝나고 결과를 보니 그저 한숨만 나온다. 이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동생의 공부 방법은 잘못 되었다. 전형적인 하위권 학생이 시간을 허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인강(인터넷 강의)을 몰아서 듣는다. 진도가 매우 뒤쳐져있는 동생은 수학 인강을 하루에 몇 개씩이나 들으면서 개념을 우선 정립한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이 함정에 빠져 인강 업체에게 돈과 시간을 바친다. 인강을 들을 때는 이해도 잘되고 재미도 있고 내가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아 뿌듯함도 느낀다. 강사의 풀이를 보면서 머리를 끄덕일때면 마치 내가 문제를 푼 것 마냥 문제가 쉬워보인다.

하지만 시험장에 들어서는 순간 백치가 된 것처럼 머리는 하얘지고 당장 앞에 높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감도 안잡힌다. 유튜브에서 헬스 영상만 보고 보디빌딩 대회에 나갈 수 있나. 유튜브에서 바둑 강의를 보는 것만으로 바둑에 통달할 수 있는가. 영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혼자서 운동하고, 바둑을 직접 두면서 복기를 해야 발전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이치를 공부에 있어서 사람들은 망각한다.

인강만으로 진도를 끝내고 수능을 끝낼 수 있다면 굳이 3년이나 고등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 동생은 자신이 말하는 그 개념이라는 것이 그 인강에서 강사가 알려주는 내용이 아니라 문제를 풀면서 익숙해지고 소화시킨 것이라는 걸 깨달아야한다. 개념을 안다고 문제를 잘 푸는 것도 아니다. 그건 소수의 머리좋은 학생에게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 평범한 학생들은 문제 유형을 학습해서 익숙한 유형의 문제를 빨리 푸는 기술을 연습해야한다. 개념을 아무리 잘 이해하고 잘 설명해도 문제를 못맞추면 아무 의미가 없다.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결국 문제 풀이를 하기 위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하위권에게는 문제 양치기가 필수적이다. 문제 풀이 -> 오답 해설 -> 다시 풀어보기.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보면 개념의 이해와 적용은 자연히 숙달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다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3점 문제 정도는 다 맞추고, 4점 문제도 절반 정도는 건드려보는 수준까지는 될 수 있다. 인강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동생은 나름 생물 과목은 잘 친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생물은 2문제만 틀렸지만 등급은 3등급이다. 몇 개를 틀렸는지 원점수는 얼마인지는 의미가 없다. 입시에서는 표준점수와 등급만이 중요할 뿐이다. 수학에서 74점을 받더라도 1등급이 60점대라면 그 성적은 좋은 성적이다. 80점을 받아도 1등급컷이 100점이면 나쁜 성적이다. 지구과학이나 생명과학은 등급컷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 과목을 학생들은 실수에 극도로 주의해야한다. 혹은 까먹은 개념이 없는지 계속해서 오답노트를 만들어놓고 체크해야한다.

생각보다 사람은 배운 것을 금방 까먹는다. 일주일 정도만 지나도 배운 내용의 알맹이는 금방 사라지고, ‘나는 그걸 공부했었다’라는 포장지만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래서 자기가 까먹은지도 모른다. 스스로 머리에서 떠올려보는 것은 복습이 안된다.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는 개그맨의 말처럼 잊어버린 내용을 어떻게 스스로 복습하나. 모의고사의 목적 중 하나는 그 까먹은 부분을 찾아내서 다시 학습하기 위함이다.

수능은 너무 먼 목적지라 수능만 보고 달리기에는 그 목표가 아득해 지치기 쉽다. 그래서 수능 전까지 놓여있는 수많은 사설 모의고사와 교육청 그리고 평가원 모의고사를 단기적인 목표로 삼으며 달려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사설 모의고사가 없었다다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없었을텐데 참 다행이다. 동생이 다음 모의고사에선 좀 더 발전된 성적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2020. 4. 8. diary (한글) 메가스터디 모의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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