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0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64주차

제주도

5박 6일 일정으로 혼자서 제주도를 다녀왔다. 원래는 7박 8일의 휴가를 가정과 직장으로부터 얻었으나 5박6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고향에 들러 가족을 보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만 해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실수를 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제주도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좋았다. 이 여행이 아니었다면, 평생 마주칠 일 없을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고 이야기하고 여기저기를 내일을 생각지않고 돌아다닌 경험들이 너무너무 좋았다. 왜 사람들이 제주도를 몇 번이고 찾는지, 1박 2일 짧은 일정으로라도 다녀가는지 이제는 알 수 있다.

현실의 문제, 불만, 슬픔을 모두 내려놓은채로 제주도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둥글둥글한 성격이되어 서로 배려하고 즐겁게 여행하는 듯 했다. 돌아가는 표를 끊지 않고 매일매일 끌리는 곳을 여행다니는 사람도 많고,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매일매일의 오릉과 노을을 보면서 행복을 얻는 사람들도 많고, 육지 생활을 정리하고 아예 도민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는 왜 서울에서 좁은 시야로 앞만 보며 아득바득 살아가기만 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에 훌쩍 와버리진 않겠지만, 최소한 아내에게도 이런 제주도의 분위기를 느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 중 하나가 너무 마음에 들어 이곳은 아내와도 함께 오기 위해 예약을 할 셈이다.

5박6일 동안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셨는데, 사실 이게 가장 좋으면서도 빠른 귀가를 선택한 계기가 되었다. 소규모의 술꾼들을 모아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판들이 정말 좋기는 했지만, 그 다음날 몰려오는 엄청난 공허함과 외로움은 결국에는 가족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 빠져버린다면, 섬 밖의 진짜 현생이 무너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의 말처럼 무엇이든 아쉬울 때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 넘침이 없고, 다음도 있을 수 있는 것. 제주도에서의 인연들도 모두 추억에 묻고 돌아와야 그 추억을 영원히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라산은 올해가 가기전에 한 번 올라가보고 싶다.

회사 1주년

어느덧 이직을 한지 1주년이 되었다. RSU의 cliff가 지나 드디어 첫 베스팅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물론 갈 곳도 없지만, 지금부터는 원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의 몸이다.

지난 1년을 나는 어떻게 보냈나. 적당히 좋은 워라밸을 누리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으며, 그 중 몇몇과는 친해졌으며, 그 중 또 몇몇과는 적당한 거리의 관계가 되었고, 갑작스러운 팀 이동에 스트레스도 받았고, 그 와중에 또 다른 팀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완전히 새로운 층과 환경과 영역에서 적응하느라 시간을 보내다보니 지금이 되었다.

그 와중에 가장 잘한건 아무래도 다이어트를 잘 해낸 것. 1년만 더 지나고 확실히 요요가 없다면, 그때는 프로필 사진을 바꿔야겠다. 2주년이 있을지 없을지는 회사를 좀 더 다녀봐야 알겠지만, 앞으로의 1년의 방향성은 어떤식으로든 내가 주도해서 만들어나가는 1년이 되고 싶다.

운동 정체기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인바디 스코어는 체중 75kg에 골격근량 40kg에 체지방 10% 미만. 지금은 체중 72kg에 골격근량 37kg에서 근 한달을 정체되어 있는 상태다. ChatGPT에게 물어보니 저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제는 단순히 적당히 식단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수준으로는 스코어를 발전시킬 수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웨이트 코스대로 운동하거나, 특별한 식단을 유지하기에는 삶이 너무 팍팍해진다. 어차피 그렇게 해서는 그 후에 유지도 못할 일이고. 일단은 (10회->12회->15회->5kg 증량)을 반복하며 점점 무게를 올려나가고 있는데, 이것도 부상의 위험이 점점 커지는지라 곧 한계에 다다를 것 같다.

우선은 하던대로 한 2달만 더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식으로 해야겠다.

가족

혼자로서의 외로움을 다른 사람이나 모임에서 찾으려고 하니 이건 뭔가 목마를 때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같다. 당장은 달콤하지만 결국 더 큰 갈증을 느끼고, 그래서 또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느낌. 힘들더라도 최대한 가족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든다. 올해를 멋지게 보낸다면, 내년부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피부과

돈을 쓴만큼 효과가 보이는 것이 피부과다. 사실 남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자기만 차이를 알아채는 것이기도 하다. 일단 그 효과를 보고나면, 더 큰 만족을 얻고 싶어 다른 시술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 그래서 수많은 피부과들이 1회 한정으로 말도 안되는 가격에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것 같다. 부작용도 거의 없고, 효과도 확실한 시술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외모도 좋으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남/미녀가 되자는 목적이 아니라도 피부과는 다녀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구적인 시술은 거의 없다시피하기에, 너무 많은 돈을 갖다부으면 나중에 유지가 안되는 상황이 올지모르니 뭐든 적당한게 좋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