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4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53주차
가족여행
14년 만에 아내와 첫 여행으로 왔던 속초를 다시 찾았다. 14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었지만, 운좋게도 우리가 머물렀던 펜션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14년전과 꼭 같지만 세 가족이 다녀보다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더해서 꼭 해보고 싶었던게 있다. 14년전 사진 중에서 속초 앞바다에서 둘이 찍은 아주 낡은 사진 하나가 있는데, 같은 장소 같은 포즈 같은 옷을 입고 다시 촬영하는게 목표였다. 아쉽게 옷은 구하지 못했지만 같은 옷을 입고, 둘이서 그리고 세 식구 한 번씩 찍었다.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그때 또 다같이 와서 찍으면 좋겠다.
이번 연휴에 모든 사람들이 강원도에 가기로 약속을 했는지, 속초 시내 전체가 미어터진다. 오후 2시가 넘어서도 식당에는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왕복 2차선 사거리는 모두 같은 내비게이션을 쓰고 있는지, 수십분째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로 도로가 꽉 막혀버렸다. 속초까지 오는 길도 7시간이 걸렸고, 돌아가는 길도 6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휴양이랑은 좀 먼 여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수년이 지난 후에 돌아보면 다 추억이다.
서핑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지난 주말 웨이브파크에 서핑을 다녀왔다. 하와이에 가기전에 미리 서핑을 좀 배워둬야, 가서 창피를 당하는 일이 없지 않을까 해서다. 나는 예전에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할 때, 스노우보드를 타러갔다가 아예 일어나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적이 있다. 지금 체중이나 체력이 그때보다 훨씬 좋지만, 나는 타고난 운동신경이 없기도 하고 서핑 자체가 워낙에 힘들다는 말이 많아서 걱정이었다.
막상 서핑을 해보니 정말 힘들긴하다. 보통 사람들은 패들링 때문에 팔이 아프다고 하는데, 나는 극초보라 패들링을 한 건 아니라 하체가 정말 힘들었다. 한 번 파도를 타고나면, 걸어서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는데 파도를 헤치면서 걸어가기 때문에 이 과정이 정말 힘들다. 강습만 받더라도 정말 지친다.
기초 강습만 받았기 때문에, 하와이에 가기 전 좀 더 강습을 받아보기로 했다. 연차를 내고, 오전 오후에 한 타임씩 강습을 받아서 최소한 혼자 파도를 잡을 수 있을 정도만 실력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하와이에서 즐거운 서핑 추억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기를
사모임2
지난 야장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도 인바디 목표를 달성한 기념으로 강남 사람들을 모았다. 확실히 호응도는 금요일이 토요일보다 좋았다. 경기도에서 출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금요일 퇴근 후에 모임을 가졌다가, 집에 돌아가는 걸 선호하지 토요일에 경기도에서 다시 서울로 오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이번에 모인 분들도 모두 분당 아니면 경기도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1차 모임 장소는 야키토리 집이었다. 각자 1차 장소를 제시하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고르고보니 우리 집에서 걸어서 5분이 채 안되는 곳이었다. 그 덕분에 콜키지 사케를 한 병 가져갈 수 있어서 좋았지만, 소주가 한 병 7천원인 무서운 역삼역의 물가에 놀라 우리는 곧 사당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그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 비스트로인타임. 1분당 200~400원이 차지되는 무한 술 리필 식당인데, 술꾼들을 데리고 여길 가보면 어떨까 항상 생각했던 곳이다. 오늘 멤버들은 지난 멤버들보다 훨씬 주량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300원 요금제로 시작해서 15분마다 와인을 한 병씩 비워가면서, 대형 모니터에 적힌 요리 시간표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초반 2시간 정도에는 우리가 가게를 상대로 돈을 버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시간을 넘기면서부터는 대화에 너무 빠진 나머지 술을 마시는 걸 잊고들 있었다. 이날의 모인 사람들 중에서 3명은 빡세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맞은 편에 앉은 분이 ‘가민’ 시계를 차고 있는 것을 보고 꺼낸 이야기가 시작이되어, 근 10년 넘게 운동을 해온 사람들 사이에 고작 10개월차인 내가 끼어들어 내일이면 기억나지 않을 이야기를 열심히 했다. 실제로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날의 모임도 서로의 이름도 모른채로, 나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서로의 직장도 모른채로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 잘 집에 돌아갔다.
언제까지 이런 뽑기운이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종종 이런 모임을 가지는 것은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다음날 공허한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매 주 한 번은 가족에게서, 다른 한 번은 회사 밖에서 즐거운 기억들을 받아 이런 추억들에 기대어 매 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