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어 할머니 댁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성묘를 간다.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다. 마치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이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성묘를 끝내고 다시 고성으로 향한다. 외할머니가 성당에 계신다고 해서 할머니를 뵙고 다시 성묘를 하러 간다. 친척들 일부는 놀러가서 인원이 적다. 나도 거기서 인사를 드리고 바로 출발했다. 얼른 집에가서 쉬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설날때면 집에 가고 싶어했다. 다른 집안들은 친척끼리 만나서 같이 놀고 그랬는데 나는 사촌들이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해서 딱히 재미가 없었던 기억이다. 그땐 부모님과 같이 이동해야해서 지루한 시간들을 견디는게 고역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언제든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건 참 좋다. 차가 있다는 것도 정말 좋다. 읍에 가서 라면 하나 사는 것조차 예전엔 그렇게도 힘들었는데.
돌아오는데는 2시간이 걸렸다. 막히는 구간은 피로도가 심하다. 차라리 쭉쭉 뻗은 구간을 길게 달리는게 훨씬 편하다. 집에 돌아와서 잠시 누워잔다. 오늘 저녁은 대학 동문 모임이 있는 날이다. 승진자가 두 명이나 있어 기분 좋은 날이다. 서로 일이 바빠서 못 본지가 1년쯤 되었지 싶다.
오랜만에 본 형님들은 술을 아주 잘 드셨다. 나도 오랜만이라 술을 아무 생각없이 주구장창 마셔댔다. 다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내가 제일 운동을 안한다. 내년 가을쯤해서 10km 마라톤을 같이 나가보자고 했는데, 다들 좋은 반응이라 정말 준비해보기로 했다. 10월쯤으로 계획을 잡아야겠다.
술을 계속해서 마셨다. 소맥을 몇 잔이나 마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택시를 타고 난 이후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머리가 너무너무 아프다. 방이 더워서 거실에서 일자로 누워서 바닥의 온기에 지탱해 잠이 들었다. 이럴 땐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데 대체로 이 정도 컨디션에서는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서 그냥 누워만 있었다.
2020. 1. 25. diary (한글) 설날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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