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Jan. 9. 2019. ‘후배’

서울에는 동기 말고도 후배들도 있다. 나는 사실 아는 후배가 많진 않다. 대학 1학년 때는 학교 생활이 힘들어 후배를 고대했다. 하지만 막상 2학년이 되자마자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외출 날이나 주말에는 항상 학교 밖으로 돌아 후배들은 거의 알지 못한다. 그나마 좀 아는 후배들은 사이버 수사 동아리 후배들이나 지역 동문 후배들 정도다. 내가 딱히 모범적인 롤모델도 아니기 때문에, 따르는 후배들이 많거나 할 수도 없는게 맞다.

가끔 동기, 후배들 중에 선배와 후배를 대하는 행동이 극명히 다른 이들이 있다. 일명 강약약강이라고 한다. 선배는 후배의 그런 본성을 잘 알기 어렵다. 특히 대학을 같이 나온 선배는 그 후배가 저학년일 때만 보고 졸업을 했으니, 그런 본성을 전혀 모를 확률이 높다. 그런 본성은 대게 3학년 쯤에 깨어나는데, 동기들도 그런 본성을 모를 경우가 많다. 졸업을 하면 또 이런 본성이 막 나오지 않는다. 경위 이하의 계급은 나이가 우선이라는 걸 알게 되고 더 이상 학년 순으로 승진하는게 아니니 후배가 언제까지 자기 아래가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때는 학년 견장이 계급장인 것처럼 인식하기 쉽다. 후배들을 보면 간혹 그런 싹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 그럴 때 나는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한에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후배들에게는 롤 모델로 삼을만한 좋은 선배가 필요하다. 예전엔 그런 선배들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내가 몰랐던거지 본받을만한 선배들이 알고보면 많단다. 물론 필요한 숫자보다는 적어보인다. 이제 대학교도 전폭적으로 변화하고, 지금의 기수문화가 없어지면서 후배들이 없어지는데 그 결과로 모든 조직원들이 선후배가 될 수 있도록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이 항상 아름답지는 않다. 지금 이 상태에서 그냥 경찰대학만 없어질수도 있다. 어떤 미래이건 모두에게 아름다운 미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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