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 진중권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모두까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종전까지 보수당을 극렬히 비판하다 근래 들어 여당을 비판하고 있는 진중권씨가 쓴 책이다. 전자책 분량으로 270페이지 정도로 나는 200 페이지 까지 읽고 그 뒤는 읽지 않았다. 각 장마다 여러가지 비유를 소개하고 있는데 스트레이트로 주제로 접근하지 않고 돌아가는 느낌이다.
이 책에서 본 키워드 정리
대충 기억에 남는 키워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조국 / 검찰 / 대안적 사실 / 이중성 / 팬덤정치 / 윤석렬 / 쓸모없는 중도층 / 코로나 / 중국인 / 신전치 / 전체주의 / 나치 / 윤미향
이 책은 딱히 보수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민주당을 까는 내용이지 보수가 괜찮다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책의 내용 중에서는 보수를 까는 내용도 있고, 현 정부 비판을 까는 부분도 있다. 이 책은 진보세력이 기존에 자신들이 추구했던 가치들을 이익 논리에 의해서 버리고, 권력을 공고히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책은 민주당 = 나치의 프레이밍을 사용하고 있다
이 책에서 알려준 프레이밍을 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저자의 배경 때문인지 독일과 나치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들의 선전 선동 방식 중의 하나인 프레이밍이 이 책에도 사용되었으며 민주당은 나치로 비유된다. 책을 읽다보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을 봐서 잘 쓰여진 책이다.
팬덤 정치
이 책에서 가장 공감갔던 부분은 바로 팬덤 정치가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들은 진실같은 건 별로 믿고싶어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좋아하는 진실은 믿고, 싫어하는 진실은 끝까지 의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구조를 좋아하지 않고 실제로 이해할 능력도 부족하다. 대부분의 영화 / 드라마 / 소설이 선악 구조로 이어지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인물에게 선/악의 다면성이 보일 때면 사람들은 그걸 놓고 싸운다. 그 싸움의 주제는 “그래서 이 놈은 나쁜 놈이냐 착한놈이냐?”다. 다면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결국 이분법으로 돌아가려 하는 셈이다.
그러니 팬텀 정치에 빠진 이들에게 중도층은 무 존재와 같으며 상대편은 적이된다. 그들이 대안적 사실에 열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전체주의적 성격이 짙어져가는 것 또한 이것으로 설명된다. 집권당과 반대되는 생각을 표출하는 이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소속 의원들도 유권자들의 성향에 맞춰 열심히 적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바보라서 사리분별을 못할리는 없다. 계산이 빠르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니. 누구든지 정권에 쓴소리를 하면 적이 되고 왜놈이 되는 것 같다.
대안 없음
대통령의 부정평가가 추락을 해도 여당이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K-방역이 아무리 국뽕이라고 말한들 야당이 정권을 잡았으면 더 잘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조국, 윤미향 등의 키워드들은 정권에 타격을 줄 수는 있지만 권력을 이동시키기에는 부족해보인다. 구시대의 보수들이 사실 상 민주당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고 있는 형세다.
커뮤니티의 몰락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커뮤니티는 결국 쇠퇴기에 접어든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례를 봤을 때 굵직한 사건들이 하나 둘 터질 때마다 난민들이 속출한다. 결국 그 커뮤니티에 남는 것은 골수 중에서도 골수 팬 뿐이다. 결국 진보의 몰락은 현재 자신들이 취하는 전략이 대안적 사실의 제시가 근원이된다.
아무리 사람들이 비이성적일 수 있다고 하지만, 집권당의 모든 정책에 대해 동의할 수는 없을 일이다. 하나씩 이슈와 비리가 밝혀질 때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하다는 물음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그때서야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떠나가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록 집권당의 힘은 약해진다.
미래는 국민에게 달려있다
올바른 정치는 정치가가 아닌 국민이 만든다. 제 아무리 정치가가 국민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해도 변할 시대는 반드시 변한다. 이전의 시대도 그렇게 변해왔다. 이전의 시대에 비해 현재가 얼마나 깨끗하고 더러운지 나는 알 수 없다. 이 시대가 가진 문제점이 더 이상 겉잡을 수 없이 커졌을 때 세상은 또 한 번 바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은 역사에 태평성대로 기록되겠지.
결국 정치는 이런 책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달려있다. 민주당이 몰락하든, 영구집권을 하든. 전국민을 임대주택자로 만들든 초월적 빈부격차를 만들든. 아시아 최고의 선진국이 되든 공산주의 국가로 전락하든 결국 그 선택은 국민이 하게 된다.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평가도 결국 국민들에 의해 결정된다. 내년 4월 보궐선거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때 이긴 쪽이 사실 그 시대의 정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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