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30일 금요일 – (SBS 스페셜, 간헐적 가족, 40대)
SBS 스페셜
오랜만에 다큐멘터리가 보고 싶어 SBS 스페셜을 뒤적이던 중 ‘간헐적 가족’과 ‘마흔, 팀장님은 왜 그럴까’ 두 개를 시청했다.
간헐적 가족
‘간헐적 가족’은 스스로를 ‘부족’이라고 칭하는 주거 공동체다. 건물 자체를 공동 주거를 목적으로 해서 건설하여 입주민을 받은 사례라고 한다. 모든 공간은 개인보다는 공동을 위해서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침실은 좀 좁은 편이고, 대신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공간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다. 주기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성원들의 마인드나 생활 양식은 일반적인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아마도 보통의 관념으로 바라본다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월세가 25만원이라는 것도 놀라운 점인데, 위치가 도봉구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서울 고시원 값만큼도 안나오는게 신기하다.
인터넷에서도 이 다큐의 짤이 도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저런 집단에는 이상한 사람이 한 둘만 들어와도 와해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내재화된 사람이라면, 단순히 호기심에서 그칠 것이다. 무조건 좋기만 할 것이라는 것도 착각이다. 공동체 내에서 내가 받은만큼 줄 수 있어야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보다는 좀 더 느슨한 형태가 얼마전 방문했던 비엘106의 시스템일가 싶다. 월세는 미친듯이 비싸지만, 공용 라운지와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주민간 교류를 활성화한다. 오피스텔 형태이므로 개인 공간을 침해받을 일이 없다는 점은 좋다. 생각해보면 쉐어하우스도 이미 서울에만 엄청나게 많다.
스무살 초반에 같이 공부하던 형 동생들도 몇 달을 같은 방을 잡아 함께 산 적이 있었는데, 나도 많이 놀러갔었다. 그때는 그 생활이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좀 피곤하다. 젊을 때 해보기엔 정말 좋아보인다.
40대
‘마흔, 팀장님은 왜 그럴까’는 40대의 직장생활에 대해 다룬다. 지금 40대라함은 71년에서 80년생까지를 말한다. 이 세대는 91년에서 2000년 사이에 대학을 입학했다. 이들은 60년대생을 상사로 모시면서, 90년대생을 팀원으로 두고 있다. 문화적인 과도기에서 속칭 ‘끼인 세대’라고 불리는 40대 팀장급의 직장인 이야기다.
꼰대가 되기는 싫은데, 상사와 팀원이 완전히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중간에서 정말 마음 고생이 많지 않을까 싶다. IMF를 겪은 세대이긴 하지만, 지금보다는 취업난이 덜했던 시기에 입사해서 ‘까라면 까라’ 문화에서 일해왔다. 요즘 신입은 스펙도 높지만, 삶의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관리에서 더욱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폐쇄적인 직장도 많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좀 더 자유로운 쪽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이를 못마땅해하는 시니어들의 감당도 이들 몪이다. 다큐 중 마케팅 팀을 다룬 씬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략을 쓰기로 했다는 40대의 인터뷰가 나온다. 자신을 기준으로 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팀원의 의견을 존중한 사례다.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이 경쟁력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40대라면 직장에서 중추를 담당하는 세대일텐데, 이런 고민을 한다는데 나에겐 충격적이다. 불과 10년 후면 내 문제가 될 것이고, 심각한 경우엔 그보다 빨리 시작될 수 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만 산다고, 공부만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항상 경쟁력을 갖춰야하고, 변화하는 시대상에 빠르게 적응해야한다는 요구조건은 사실 까다롭다. 젊을 때야 인지조차도 하기 힘들 정도로 쉬운 일이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나의 40대는 어떤 모습이더라도, 이 고민에서 자유로운 행복한 삶이라면 더 좋겠다.
2019. 8. 30. diary (한글) SBS 스페셜, 간헐적 가족, 4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