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5. 2019. ‘잉여로운 생활’
오늘도 푹 쉬었다. 오후 4시에 친구를 만나서 새벽 2시까지 PC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전까진 오전 늦게 일어나서 처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처가 부모님께선 미안할 정도로 잘 챙겨주신다. 결혼 후에도 아내를 처가에 남겨두고 서울로 간 사위로서 죄송할 따름이다. 서울 자취방에 가는 길에 저 멀리 보이던 아파트가 20억이 넘던데, 그런 집에 사는 것은 로또가 아닌 이상은 정말 꿈일 뿐이다.
지금의 문제는 모두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공부를 한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버는대로 탕진했던 월급을 누군가는 알뜰살뜰 모아서 몇 천만원을 모을동안 나는 단 한푼도 저축하지 않았다. 정말 다행히도 아내는 검소해서 나보다 늦게 취직했지만 돈을 잘 모았다. 내가 운이 좋아 이직에 성공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음 나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을 거다. 아내에게 경제권을 맡겨야 노후에 굶지 않을 거란 생각엔 단 하나의 의심도 없다. 아내에게 여러모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지금 용돈을 받고 있지만, 다른 유부남들에 비하면 많이 받는 편이다. 전국노예자랑이라고 회사가 집 근처인 남편이 아침, 점심, 저녁을 전부 집에서 해결하고 밤에 부업을 해서 용돈 0원에 부수입까지 준다는 스토리에 비하면 나는 왕족이다. 결혼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새벽 2시에 들어온 나에게 아내는 일찍 들어왔다고 칭찬해줬다. 나는 정말 아내에게 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