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 2020년 끝

연말 분위기는 딱히 없고, 오늘 하루도 평소의 하루처럼 평범하게 지나갔다. 한 해의 마지막이나, 새해의 시작과 같은 의미는 결국 사람이 부여하는 것으로 사실은 한없이 평범한 시간을 애써 특별히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저녁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날이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어두운 분위기지만 우리 가족은 매일 저녁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오늘 저녁 또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해의 시작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에 세웠던 목표들은 흐지부지해졌다. 코로나는 나태함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정말 좋은 변명이다. 비록 이곳 지방은 헬스장이 영업 중이지만 수도권에서는 영업이 금지되어 연말 또는 연초 운동을 결심한 사람들이 한껏 나태해지는데 더없는 변명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제한했던 식단도 집에만 갇혀있으니 먹는 것에서라도 의미를 찾자는 구실로 흐트러지게 된다. 그리하여 여름까지 열심히 참아왔던 사슬은 풀리고 처절하게 감량했던 살들의 일부가 다시 돌아왔다.

올해 세웠던 목표들 중에 완벽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건 승진과 롤 골드 승급. 부분적으로 성공한 것은 체중 감량이다.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경찰 빚도 없어지면서, 돈도 조금씩 모아가기는 했으나 미미하다.

다른 목표들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올해도 가장 중심을 두는 건 ‘운동’이며 그 다음이 ‘영어’다. 벌써 나이가 서른 둘에 접어들었다. 나는 참 노력한 것에 비해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내년에도 그러면 좋겠지만 노력과 실력이 늘어난다면 그 결과도 운에 비례해서 더 좋겠지. 올 한 해 딱히 치열하게 열심히 살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금의 목표는 달성해서 다행이다.


2020. 12. 31. diary (한글) 2020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