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7일 목요일 (오랜만의 외출)
오랜만의 외출
오늘은 밖에 나갈 참이다. 머리를 자른지가 벌써 2달이 되어서 너무 덥수룩해서 견딜 수 없다. 가야지 가야지 미루다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또 미루다가 오늘까지 왔다. 카카오 헤어에서 근처 헤어샵을 찾으니 괜찮아 보이는 곳들이 많다. 길이만 자르는거라 특별한 서비스를 찾을 필요는 없어보인다.
마스크를 끼고 길거리로 나갔다. 퇴근시간의 강남인데도 많이 한산하다. 물론 가게들이 완전히 텅텅 빈 건 아니다. 회식을 하는 것 처럼 보이는 테이블도 보이고, 가게가 절반 정도는 차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강남역에서 거리가 있긴 하지만 나름 번화가인 곳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어느 정도일까. 자영업자들은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도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의 치사율이 딱히 높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들 두려워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주의하는 수준을 넘어 공포에 빠질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 맞는 말 같지만 그 사람이 간과하는 부분들이 있다.
일단 이 치사율이 모두에게 동등한 값이 아니다. 건강한 젊은이와 지병이 있는 사람, 노약자의 치사율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단순 폐렴으로 비교할 때 사망자의 대부분은 면역에 취약한 이들로 구성될 것이다. 변이가 빨라 백신 개발이 힘들고, 완치 후에도 재감염 될 수 있다는 점은 취약 계층에 대한 치명도를 훨씬 높인다.
또한 3%의 사망률이 아직은 정확하지 않다. 이 값은 현재까지 집계된 데이터에 의해 나온 것으로, 의료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환경에서 계산된 것이다. 의료 시스템이 마비에 빠진다면 사망률은 훨씬 높아질 수 있고, 아직 그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우한의 상황밖에 없고,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얼마나 위험한지도 우리는 단정할 수 없다. 여기에 신천지가 엄청난 변수로 등장하면서 불안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로서의 대책은 당국의 통제와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을 즉시 처벌하는 반면, 치료에 집중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수밖에는 없다. 의료인력의 수는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임계치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다면 정말 답이 없어지는 상황이 온다. 병상이 포화 상태가 되어 자가격리로 몰리거나, 일반 진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가 독거 노인 가구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가정에서 의료겸 생활서비스를 전담할 수 있는 로봇이 있다면 다수의 환자를 보살필 수 있을텐데. 그렇다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구축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발전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겐 부족한 것이 많고, 이번 사태를 통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겠다.
이런 잡생각을 하면서 헤어샵에 갔다. 전 직원들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갑갑하겠지만 손님이 불안해하지 않게 위해서 쓴 것처럼 보인다.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좋다. 근데 이 곳은 서비스도 좋고 결과도 정말 만족스럽다. 손님이 나 밖에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한산하고 좋은 서비스가 너무 맘에 든다. 다음 번에도 와보고 괜찮으면 쭉 이곳을 이용해야겠다.
2020. 2. 27. diary (한글) 오랜만의 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