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3일 금요일 (의지 박약형 인간)
의지 박약형 인간
동생을 보면서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내재하는 자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느낀다. 동생에 대해 험담을 하다면 의지가 박약하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에 현실적 근거가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고집이 세다. 성인이 된 이후로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답이 없는 부류에 속한다. 만약 친동생이 아니라면 진작 연을 끊어버렸을텐데 골치가 아프다.
영화 ‘세 얼간이’에서는 주인공이 학장에게 서커스의 사자가 재주를 넘는 것을 보면서 훈련이 잘 되었다고 하지 교육이 잘 되었다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 말을 하기 전에 사자가 재주를 넘게 만드는게 얼마나 힘든지 고민은 해봤을까. IIT 학생들을 발화 대상으로 삼았다면 주인공의 말은 옳은 말이지만 모든 사람에 대해 적용할 수는 없다.
어떤 이는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거나 타고난 재능으로 별 노력없이 재주를 부린다. 배움이 더딘 이들은 누군가의 코칭을 통해서 재주를 부릴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의지마저 박약해서 코칭만으로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조금만 지켜보는 눈이 사라져도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류의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이들에 대해선 훈련이 필요하다. 적어도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의식이라도 있다면 말이다.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대상자는 자기 통제 능력이 매우 부족하며 항상 감독자를 속이려 한다고 가정해야한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갑자기 각성해서 갱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99.99% 이상의 확률로 3일 내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완벽한 통제와 적절한 처벌은 부족한 통제 능력을 외부 간섭을 통해 완충한다. 대상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모든 일탈에 대해 반드시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상은 내적 갈등을 겪을 필요가 없다. 인강을 듣는 중에 유튜브를 볼까말까 자기 자신과 싸울 필요가 사라진다. 대상자의 모든 것을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상태에 두는 것은 본인에게도 감독자에게도 정말 유용한 방법이다. 적어도 100점짜리 시험에서 80점을 목표하는 사람에겐 이런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생활 습관을 내재화 시킬 수 있다면 이후의 삶도 괜찮게 흘러갈 수 있겠지. 다행히 동생은 목적의식은 가지고 있고 현재로서는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까지는 인정하기에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정말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딱히 대학도 가고 싶지도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는 어떤 식의 시스템이 필요할까.
이 경우에는 목적 의식부터 부재한 상황이니 훨씬 힘들고 훈련 대상은 더 동물에 가깝게 다루어질 것이다. 가장 인격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은 상담을 통해 대상자가 원하는 삶을 알아보면서 동기 부여를 하는 방식이지만 성공률이 너무 낮다. 이럴 경우 가장 빠른 방법은 현 상태에서 결핍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시험 결과에 따라 각종 기본권을 제어하거나 스트레스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군 생활은 어떤 유인 조건도 없지만 이런 기본권의 제한과 구타 가혹등의 악습을 통해서 암구어 학습 같은 것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요즘은 이런 가혹 행위가 없지만 포상 휴가도 굳이 따져보면 당연한 기본권을 제한시켜놓고 포상이라는 이름으로 일시적으로 제한을 풀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20. 3. 13. diary (한글) 의지 박약형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