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4일 금요일 – 미소, 롤 모임
미소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기차를 타고 고향에서 서울로 향했다. 집에 들러서 벌레를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미소’라는 청소 서비스를 예약해서 도착 전에 집 청소를 미리 해두게 했다.
오전 11시가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다. 통상 청소 도우미분이 방문하실 때는 문자나 전화라도 한 통 있었는데, 혹시 문제가 있나 싶어 업체에 문의를 했다. 잠시 후 청소 도우미분에게 연락이 왔다. 다행히 청소는 진행 중이었는데 집의 원래 상태가 매우 깨끗했다고 한다.
벌레같은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없단다. 청소 후 사진을 좀 보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영상통화로 집 내부를 보여 주셨다. 정말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다행히 과거의 내가 쓰레기를 모두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갔었구나.
롤 모임
어쩌다보니 저녁에 대학 동기들이랑 모여서 롤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나는 롤 계정을 지워버려서 복구를 할 수가 없다. 다른 아이디가 없나 생각해보니 예전에 대학원에 있을 때 롤 대리 탐지 논문을 위해 만들어놓은 계정이 있었다.
롤은 레벨 30이 된 이후에야 비로소 랭크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매우 오래 걸려 자동으로 게임을 플레이 해주는 매크로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리게임 탐지를 하면서 동시에 이것도 같이 조사를 했는데, 매크로를 시험삼아 돌려 30레벨을 만든 아이디가 있던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동기 다섯 명이 모이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 아마 다른 목적의 모임이라면 이 다섯 명의 조합이 나올 것도 아니었다. 어제 롤을 그만둔다고 선언했는데 벌써 기차안에서부터 롤할 생각에 설레인다. 이 정도면 정말 찐 병신인 것 같다.
대전역까지 텅 비었던 열차가 북적이기 시작한다. 5시 반쯤인가 오늘 유연근무를 신청하고 빨리 서울로 귀가하는듯한 공무원들이 탑승한 모양이다. 천안아산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탔다. 탑승 승객이 많았는지 기차는 예정보다 늦게 서울역에 도착했다. 배도 고프고 빨리 롤도 하러가야하는데 서울역에서 강남까지는 꽤나 멀다. 택시를 타면 더 늦을테고 가장 빠른 건 지하철 뿐이다.
사당역의 2호선 환승은 완전히 낚시다. 멍청하게 나는 두 번이나 낚여서 신촌 방향으로 두 번이나 들어가는 바람에 한참을 돌아 강남 방향으로 갔다. 사당에서 강남까지는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서 이내 모임에 합류했다.
동기 한 명이 이번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듣기로는 이번에 시험을 본 동기 모두 이번 시험에서 합격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졸업생 대비 가장 변호사가 많은 대학이 되지 않을까. 나중에 일 생겼을 때 동문 할인이나 좀 해줫으면.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깔끔히 청소되어있는 집은 잠깐 외출했다 돌아온 것마냥 익숙하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평소에 쿵쾅거리던 윗집도 조용하다. 내일 결혼식에 가려면 10시엔 일어나야한다. 알람을 맞추고 오랜만에 침대에서 잠이든다.
2020. 4. 24. diary (한글) 미소, 롤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