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5일 토요일 – 결혼식, 부동산

결혼식

알람보다 이른 오전 9시에 눈이 저절로 뜨였다. 평소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이 시간에 스스로 일어나다니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다. 결혼식은 공덕역 근처 경찰공제회 건물에서 열린다. 당장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다가 아침이나 먹자는 생각으로 오랜만에 라면을 끓인다.

집에는 코로나 비상용으로 사둔 것들이 잔뜩 쌓여있다. 이제 이것들을 다 먹어치워야 할텐데 어느 세월에 다 처리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그래도 코로나가 통제 불능이 되어 이것들 만으로 삼시세끼를 모두 때워야하는 상황이 아닌게 어디냐.

아침을 대충 먹고 결혼식에 입고 갈 정장을 꺼내본다. 어제부터 혹시라도 정장이 맞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계속하고 있던 터였다. 고향에 내려간 후부터 다시 살이 쪄오기 시작한터라 가능성 있는 일이다.

아내는 그럴 수준까지 살이 찌지는 않았다고, 최소한 결혼식 때 입었던 정장은 맞을 거라고 예언했다. 그 예언대로 결혼식 정장은 아주 여유롭게 들어갔다. 그렇다고 내가 날씬한 건 아니다. 오랜만에 올라간 체중계에서 나는 4kg 정도 불어나있었다.

결혼식장에서는 코로나 때문인지 인적사항과 열체크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이 중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역학조사를 위해 쓰려나보다. 결혼식장에는 정말 많은 화환들이 있었다. 국회의원 화환도 있고 여기저기서 온 화환들이 정말 길게 줄이 서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신부의 아버지가 경무관이시라고 한다. 장인 어른도 경찰이라니 이 선배는 정말 참 경찰이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는 성격이나 행동이나 경찰이 참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고압적이거나 한 성격도 아니다.

결혼식은 이것저것 준비한 것들이 많아서 좀 긴 편이었다. 양가 아버지의 말씀도 있고, 성혼선언문과 영상 편지에 신랑이 준비한 축가 등등 뭔가 다른 결혼식들에서 봤었던 것들이 모두 모인 총집편과도 같았다. 내 결혼식은 그런 것들이 다 생략된 라이트 버전이었는데 이런 결혼식들을 볼 때마다 좀 후회가 된다. 식장에서 오랜만에 동문 후배들을 만났다.

나 빼고 서울에 있던 사람끼리는 모임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동문 CC가 두 번이나 폭발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친한 사람들끼리만 작게 모이는지 여하튼 동문모임은 이제 앞으로 영영 없을 것 같다. 내가 학생 시절에 딱히 돌봐준 것도 없으니 할 말은 없다.

부동산

바쁜 사람들은 떠나고 시간되는 사람들은 카페에 모여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의 주제 90%는 재테크다. 내 나이가 고작 서른이 갓 넘었는데 주변에 부동산 부동산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원리는 간단하다. 전세를 끼고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억짜리 아파트가 있으면 3억은 전세를 끼고, 나머지만 부담하는데 그것도 신용대출로 거의 채우는 식이다. 공무원은 대출이 잘 되니까.

몇 년 정도 지나면 아파트 가격이 1~2억이 오르니 이자비용을 제외하고도 높은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이다. 혹시라도 집값이 떨어지면 그 때는 그냥 내가 실거주하면 되지 않느냐. 어차피 집값은 계속 올라간다는 논리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재산을 늘린 동문들이 많은지 후배들도 나보다는 부동산에 대해 많이 아는 듯한 눈치다.

아파트 가격이 왜 몇 년 새에 1~2억이 오르는지도 나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계속해서 올라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버블이 꺼지는 순간 대한민국이 망하기 때문에 정부가 기를 쓰고 이 버블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버블이 터진다는 말인데, 이 버블 이야기가 나온지 수십년이 되도록 버블이 꺼지지 않는 것도 나는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비트코인은 젊은 세대에서 윗세대로 설거지를 시킨 반면에 부동산은 그 반대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혹은 내 나이가 이렇게 늙어버렸나도 생각을 해본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 나는 모르겠다.


2020. 4. 25. diary (한글) 결혼식,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