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3일 목요일 – 태풍 마이삭
태풍 마이삭
아파트가 설마 무너질까 생각했지만 밤새도록 창문이 미치도록 흔들리는 바람에 쫄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창문이 깨져서 그 파편이 날아들면 죽진 않더라도 끔찍할거다. 우리 집의 모든 창문은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다. 한 곳이 부서진다면 다른 곳들도 부서지겠지. 창문이 부서진다면 도망갈 곳은 주방 선반 아래나 화장실 또는 세탁실 뿐이다.
창문이 부서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에 필적할만큼 빡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밤새 내린 빗물이 방안 곳곳에 퍼진 것이다. 카펫은 물을 가득 머금은채 무거워져 있었고 그마저도 감당을 못해 넘친 물들이 많아 집안의 모든 수건을 동원해서 겨우 해결했다.
이 집 창문은 방충망이 창문의 가장 선두에 있는데, 비바람이 세다보니 이 방충망을 뚫고 물이 들어온 것이다. 평상시라면 샷시에 물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어 문제가 없는데 바람이 부는 방향이 창문에 수직인 탓에 물이 나가지 못하고 점점 쌓여 집 안까지 물이 밀려든 것이다.
진짜 운 좋게도 컴퓨터나 소파 등 중요한 물건에는 침수 피해가 없어서 방을 보일러를 틀어 빠르게 상황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걱정인 건 다음 주에 온다는 10호 태풍 하이선이다. 이번 것보다 더 세다는데 어떻게 대비를 해야할지 걱정이다. 가장 걱정되는 건 침수 문제인데, 배수 구멍에 빨대를 달아 방향을 아래로 바꿔 풍향에 관계없이 아래로 물이 흐르게 만들어볼까 한다.
비바람이 너무 강하면 이것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물이 방충망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거나 그렇더라도 집안까지 못들어오게 막는 뭔가가 필요할 할 것 같다. 일단 방수 테이프로 창문을 떡칠하는 방식으로 막아보려고 한다.
집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집주인 가족도 같은 아파트에 살다보니 상황을 이해하는 모양이다. 물은 모두 말랐지만 바닥에 남은 자국은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전세가 아닌 자가였다면 구매한지 한 달 된 집이 침수되어 진짜 개빡쳤을 것이다. 살아보기 전에는 집에 대해 알 수 없는 점들이 있구나 싶다. 이런 경험들이 나중에 우리가 집을 구매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넘겨야지.
2020. 9. 3. diary (한글) 태풍 마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