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6일 일요일 – Farewell Party
Farewell Party
회사를 다니면서 친해진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같이 사내 이벤트도 참여하고, 여행도 가면서 친해진 사람들이다. 입사 시기는 비슷비슷하지만 난 일을 좀 늦게 시작한 편이라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그 중 한 명이 마운틴 뷰로 먼저 가고 나서는 한국에서는 내가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다. 입사 전까지 사회 생활에서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편하고 어린 사람들은 불편했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그런 구분이 없다는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예정대로라면 출국까지 2주가 남았다. Farewell Party를 위해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와줬다. 겨우 1박 일정에 서울에서 오가는게 정말 쉽지 않은데, 찾아준 것이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내가 부산 풀코스와는 비교되지 않는 이곳의 풀코스를 보여주겠다고 자신을 했다.
근데 사실 갈만한데가 딱히 없었다. 고향 친구들에게 몇 군데 추천을 받아서 코스를 꾸렸다. 가장 먼저 계곡에 있는 오리 전문점을 들렀는데 진작에 여길 한 번 놀러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흔히 뉴스에서 등장하는 계곡을 점거하고 창렬한 음식을 파는 악덕 업자가 아니라, 아주 넓은 부지에 분수 공원과 한옥을 크게 차려놓은 곳이었다. 우리는 야외에서 아주 큰 불판에 오리부터 전복까지 엄청나게 먹어댔는데, 가격은 그에 비해 저렴했다. 엄청 귀여운 고양이들도 있어서 더 좋았다.
그 다음으로 유명한 방문지로 봉하마을을 들렀다. 내가 퇴직한지 3년이 좀 넘었는데, 그 동안에 마을 시설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 같다. 여기서 유명한 건 빵인데, 엄청 특별한 건 아니고 선물용으로 아주 적당해서 하나씩 사서 선물해주었다. 원하는 애들끼리는 등산을 하고 카페에서 논을 보면서 커피를 마셨다. 일할 때는 지긋지긋한 곳이었는데, 하루 잠깐 놀러오니 그렇게 나쁘진 않은 곳처럼 보였다.
그 다음으론 PC방에 잠깐 가서 3:3 빨무를 좀 하기로 했다. 근처 보건소에 주차를 하려는데, 자리가 협소해서 애를 먹던 중에 지나가던 행인들이 주차를 도와준다고 이것저것 가이드를 하는데 오히려 방해만 되어서 운전하는 애가 아주 애를 먹었다. 표정을 봐서는 중간에 멘탈이 나간 것 같았다. 그래도 나같으면 화를 못참았을 것 같았는데, 결국엔 침착하게 주차에 성공했다. 빨무는 정말 재밌었다. 1시간이 정말 순삭이다.
저녁으론 뒷고기를 먹으러갔다. 딱히 이곳엔 유명한 요리나 음식이 없다. 가장 유명한게 뒷고기인데 다행히 다들 맛있게 먹은 것 같다. 내가 해산물을 잘 못먹으니 음식이 다양하지 못해서 모임을 할 때마다 좀 그렇다. 여튼 이 가게는 평소에 정말 붐비는데 8시 이후로 좀 늦게 방문하니 그래도 자리가 좀 여유로워서 웨이팅 없이 잘 먹고갔다.
호텔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곳으로 잡았다. 나는 그냥 걸어서 집에 갈 수도 있고, 이 근방에 있는 호텔 중에서는 그나마 진짜 호텔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나머지 숙소들은 비즈니스 호텔이 아니라 관광호텔이나 부띠크 호텔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호텔은 공항이랑 근처에 있기 때문에 항공 종사자들이 많이 썼다고 하는데 요즘은 정말 항공 경기가 안좋은지 밤에 보면 불이 켜진 객실이 손에 꼽는다.
참 안된 일이지만 그 덕분에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는 훨씬 쾌적하고 저렴하게 호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방에서 약간의 소음도 낼 수 있고, 마지막 밤에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이 깜짝 선물로 케이크를 가져와 주었는데, 생각해보면 아내와 고향 친구들을 제외하고 나에게 케이크를 직접 선물해 준 사람들이 있었나 싶다. 내 사진들을 모아서 웹 사이트도 만들어주었는데, 정말 크게 감동을 받았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침이 되고 호텔 로비에 모여 풀코스의 마지막으로 국밥을 먹으러 갔다.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나니 이제 정말 떠나야 한다는 실감이 난다. 정말 실감이 난다. 즐겁게 떠들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는 느낌이다. 모든것이 잘 되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비자 인터뷰가 곧이다. 그 전에 서류가 모두 도착해야 하는데 갑자기 걱정이 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