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9일 일요일 – Mountain View 생활 110주차
TL;DR
이 일기는 OKR 설정의 어려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의 필요성, 가족 중심의 삶과 이민자로서의 경력 고민, 그리고 인공지능과 기술 발전이 미래의 직업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다룹니다. 저자는 목표 설정, 제품 홍보의 중요성, 가족과의 시간, 그리고 기술 진보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과 전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OKR
OKR 설정은 항상 힘들다.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서는 문제가 없지만, Key Result를 설정하는 것이 나에게는 참 어렵다. 나는 주로 목표를 위한 Task를 바로 설정하는 타입인데, Key Result는 목표와 Task 사이에 존재하는 개념이라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개발중인 앱 서비스의 내년 계획을 짜다가 OKR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한 번 적용해봤는데, Key Result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은근히 쉽지 않다. 이해만 되면 OKR은 개념상으로는 아주 깔끔하다. Key Result는 목표 달성을 위한 조건들을 세분화한 것이며 Task는 이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Key Result 달성을 위한 Task 리스트를 만들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저수 1000명 확보와 같은 Key Result를 위해 여러 Task를 시도해 볼 수는 있지만, 그 Task가 Key Result를 반드시 끌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니 Task는 Key Result 달성 여부에 따라 동적으로 새롭게 추가/제거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껏 계획을 OKR 방식으로 세워보지는 않았는데, 내년 계획은 그렇게 짜보면 좋겠다.
마케팅
좋은 제품을 만들면 자연히 유저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 같다. chatGPT와 같이 엄청난 제품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서비스 대부분은 마케팅이 반드시 필요해보인다.
마케팅 중에서 가장 좋은 마케팅 방법은 해당 유저들이 몰려있는 커뮤니티에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서비스는 변호사시험의 객관식을 도와주는 서비스인데, 사용자 수가 제한적이다보니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으로는 많은 유저들에게 도달하는 것이 힘들다.
대학 동기들 중 로스쿨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 앱의 홍보를 부탁하고 있는데, 가장 결과가 좋은 것이 각 학교의 로스쿨 단톡방에 홍보글이 올라간 사례이다. 단톡방까지 들어가지 못한 홍보의 경우 보통 그 사람을 포함한 주변의 소수 인원들이 가입하는 것에 그친다.
하면 할수록 이런 마케팅은 정답이 없고, 얼굴에 철판을 좀 깔아야겠다는 생각이든다. 언젠가는 유료 광고도 하겠지만 막연히 앱스토어 광고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그 커뮤니티 내에 전파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는게 가장 좋은 것 같다.
가족 중심
요즘은 정말 가족 중심적인 삶을 보내고 있다. 주로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보내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더라도 가족 단위로 만나는 편이다. 평일에는 퇴근 후에 근처 주택가를 함께 산책하고, 주말에는 교외를 종종 놀러가는 편이다. 연말에는 특히나 휴일과 축제가 몰려있어 여기저기 다닐곳이 많다.
아내도 이곳의 생활에 만족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걱정은 직업과 생계부분이다. 많은 직업들이 있지만, 단순 노동 분야가 아닌 곳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대학교/대학원 학위가 필요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워라밸, 페이, 미래 안정성이 모두 좋은 직업은 간호사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캘리포니아에서는 간호사 면허를 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아직 아내가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만약 여기에 남기로 결정한다면 간호사를 준비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아내가 여기에 남아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한다. 또는 내가 빠르게 돈을 벌어 돈 걱정없이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내가 매우 가족 중심적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곤한다.
초 양극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AGI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여태까지의 양극화가 자산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의 소멸이었다면, 앞으로의 양극화는 직업 부분에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AGI의 시대에 기존의 지식은 큰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같은 지식을 학습한 전문가와 모델은 그 결과에서 차이를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지식을 학습하지 못한 인간 전문가가 경쟁에서 도태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어떤 지식을 기반으로 주로 컴퓨터를 사용해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대단히 높은 확률로 AGI 서비스로 대체될 확률이 높다.
반면 현장직의 경우는 대체될 확률이 낮다. AGI가 빠르게 대체하지 못하는 분야는 그 직업의 수행에 있어 하드웨어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로봇을 가지고 사람을 대체하는 일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일 수 있다. 물론 테슬라에서 시연한 로봇처럼 인간과 동일한 하드웨어 스팩을 가진 로봇이 등장할 순 있지만, 양산을 통해 보급하기에는 오랜 시일이 걸린다. 또한 어떤면에서는 인간이 로봇보다 관리비용이 적다.
그렇기에 미래의 직업 시장은 대다수의 현장직들과 뛰어난 소수의 사람들로 양분화 될 것이라는 것이 내가 보는 전망이다. 어쩌면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킨 새로운 시대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하거나 인간을 지구를 넘어 우주로 진출시키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한 편으로는 다수의 쓸모없어진 인간들이 멸종하거나 기술 경쟁에서 도태된 국가들이 쇠락하거나 멸망하는 시대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런 미래가 걱정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기성 정치인들이 인공지능은 커녕 컴퓨터도 제대로 다뤄보지 못한 늙은이들이라는 점이다. 왜 정치가 늙은이들의 전유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이런 미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능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코로나를 겪으며 국가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급변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국민들이 실제로 겪는 고통에도 그다지 공감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