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회고
연초의 모든 목표를 빠르게 잊었다가 다시 상기하는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7월이다. 매달 회고를 하기로 하고는 잊은채로 살아오다 하반기에 들어서서 다시 기억하는 것이다. 8월 말에도 내가 이 회고를 잊지 않고 쓸 수 있길.
연초에 세운 목표들에서 미국 생화과 관련해 이룬 것은 세금 보고 밖에 없다. 그것도 내가 조세 절차를 이해한건 아니고 한인 회계사를 구해서 달라는 서류를 넘겨준게 전부다. 그 서류를 미국에서 구하는 것이 참 귀찮았지만
회사 생활과 관련해서는 안잘리고 회사 다니기는 다행히 달성했다. 그 덕분에 영주권 절차도 끊기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었으니. 좋은 GRAD를 받는건 잘 모르겠다. 최근 GRAD Check-in에서는 현재 레벨에서는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다음 Level을 위해서는 리더십이라든지 도메인이라든지 아무튼 뭐가 더 필요하다는 피드백이다. 작업 관리 능력은 길러진건지 모르겠다. 매주 노션에 할 일들을 다 기록하는데 잘 잊어먹는다. 내가 ADHD인가 싶어서 길고 긴 예약을 거쳐 마침내 정신과 의사를 만났지만, 처방받은건 단순 금연약이었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부차적으로 ADHD에 도움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스타트업과 관련해서는 연초에 하려고 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는 엎어졌고, 새롭게 하고 있는 것은 탈주하지 않고 어떻게든 8월까지 끝내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를 30명 만나자고 했는데, 10명도 만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단 내가 당장 나가려는 플랜이 없어서다. 그리고 이미 수년간 해오고 있는 프로덕트에 집중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책은 이번 달에 한 권 읽고, 저자분께 커피챗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다. 사실 만나도 현재 내 상황에서 크게 도움될 건 없을지 모른다. 누구에게 멘토링을 받아야할까. 어렵다.
여기서의 네트워킹은 아예 없다. Y-combinator의 Match도 공허한 것이 나는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스텔스로 창업하면서, 병행하려면 가족을 한국에 보내고 혼자 하는 것이 낫다. 이걸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주 20시간 정도 투자한다고 하면 하루 3시간만해도 충분한데 그냥 내가 게으른 탓이다.
가족여행은 그나마 좀 다녔다. 결혼 전 10년을 여행한 것보다 최근 2년을 더 많이 다닌 것 같다. 대부분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사람은 잃을게 없는 젊은 사람들이거나 실패 후가 어느 정도 대비된 분들이 많다. 나는 그 중 어느것도 아니다. 가족이 생기고나면 미래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실패했을 때 내 모습보다는 그로 인해 영향받는 가족의 모습들이 더 많이 상상된다.
2023년이 흐르면서 세상이 바뀌고, 주변 환경도 바뀌고 그에 따른 목표도 조금은 바뀌었다. 분기별로 계획을 세우는건 오버인 것 같고 반년 단위로 계획하는 건 좀 나은 것 같다. 경험상 인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가 세운 계획보다는 생각지 못한 외부 이벤트인 경우들이 많다. 계획은 마치 필요조건과 같고, 외부 이벤트가 사실상 충분조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