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
조금 늦은 회고를 통해 작년 한 해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고, 2025년은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보자
영주권
2023년을 몇 일 남기지 않고, 간신히 영주권을 받았다. 온갖 고난이 많았던 트랜스퍼 과정과 초기 정착의 어려움, 두 차례의 큰 레이오프을 모두 버텨내고 기어이 받아낸 영주권이라 그 감동이 너무나도 컸다. 기회의 땅 미국에서 자유롭게 거주하고 취업할 수 있는 권리가 이렇게도 얻기 힘들고, 대단한 것이다.
미국에 와서 이룬것이 무엇이냐 했을 때, 다른 것을 모두 제치고 가장 먼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미국 영주권이다. 구글은 내 인생을 경찰에서 한 번 건져내고, 다시 한 번 한국에서 건져내주었다.
역이민
아내의 복직 결정에 따라, 나도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영주권이 있으니 몇 년 후에는 반드시 돌아가자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물론 이 결정을 쉽게 내린 것은 아니다. 5월에 아내와 아이가 돌아가고, 텅 빈 집을 마주하기 전까지도 나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가족을 선택한 것이 커리어적으로는 매우 치명이지만, 그래도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 끝이 없는 욕심을 가진 것을 알기에 가족도 커리어도 둘 다 포기할 수가 없다. 커리어는 망가져도 어떤 식으로든 복구할 수 있지만, 놓쳐버린 가족과의 시간은 현재 기술로서는 복구할 방법이 없다. 방법은 모르지만, 나는 내가 갖고 싶은 모든 것들을 다 가져야만 하겠다.
이직
한국으로 돌아오며, 이직을 하게 되었다. 나름 한국에서는 유명하고 평이 좋은 회사이며, 미국 내에서는 평범한 회사. 커리어 측면에서는 조금 손해를 본 것이지만,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옵션 중에서는 가장 좋은 곳이다. 미국에 남는 것을 염두하고, 미국 회사들도 면접을 좀 봤다. 최종적으로 한국으로 오긴 했지만, 트레이딩 펌의 면접과정과 연봉협상을 한 번 거쳐본 것이 언젠가는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다이어트
한국에 돌아오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체중이 72kg였는데, 그때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피지컬이 좋아지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결과적으로 시작점에서 20kg 좀 안되게 감량해서 아직도 10kg도 넘게 빼야하지만, 근 8-10년을 합해 가장 가벼운 몸 상태를 만들었다.
자신을 가꾸는 일도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일인데, 나는 참 무심했구다 싶다. 다이어트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에는 돈을 좀 쓰면, 매우 쉬워진다. 쉽게 빠진 살은 쉽게 찐다. 연초에 여행을 이틀 다녀왔더니 그새 3kg가 불어 다시 88kg가 되었다. 목표까지 16kg가 남았고, 5달이 남았다.
사이드프로젝트
엔지니어와 사업가의 진로에서 나는 사업가의 진로를 택했다. 따지고보면 20살부터 나는 사업가가 되고 싶어했지, 박사나 엔지니어가 되고 성공하고 싶은 생각이 있진 않았다. 엔지니어 업무를 내려놓은 것은 아니지만, 언젠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간이 올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서비스 개발 속도는 획기적으로 단축되었지만 사업이란 단순히 개발이 아니다. 서비스 개발보다도 훨씬 더 할 일이 많은 것이 사업이고, 어떤 일들이 필요한지 정답도 없는 영역이다.
작년에 개발해서 이제서야 나름 서비스의 틀을 갖추고 돌아가는 것은 바로 ‘포인트북’ (Android, iOS)이다. 데일리 미션이나 챌린지를 설정하고 달성시에 자신이 설정한만큼의 리워드를 받는 셀프 챌린지, 셀프 리워드 서비스다. 앱을 개발하기 전에 한 달 정도 엑셀을 가지고 직접 생활을 컨트롤 해봤는데 매우 만족도가 높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버전이라 앱을 삭제하면 모든 데이터가 사라지고, 데이터 import / export를 파일 단위로 관리한다는 불편함이 아직 있다. 광고 집행을 하루 1만원으로 4개 나라에서 Android, iOS에 대해 각각 돌리고 있는데, 초기단계로 퍼포먼스는 잘 모르겠다. 하루 수익은 $0.5 수준이다.
2025년에는 5개 정도의 서비스를 연쇄적으로 런칭해서, 한 달에 1000달러 정도만 벌어보고 싶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생각보다 AdMob으로 돈을 벌기가 어렵고, AdMob에서 공개하는 성공 사례들을 보더라도 월 수익이 드라마틱하게 큰 경우는 없다.
육아
조상이 잘 하면 명절에 자손들이 싸울 일이 없다고 하고, 부모가 잘하면 자식들이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한국의 교육열이 끝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다가오는 미래에는 전통적인 공부방법이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길러진 인재들은 그다지 쓸모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세대가 능력주의로 먹고 살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자식에게 뭘 바라기보다, 내가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