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6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42주차

건강검진

재작년 말인가 작년 1월이었나, 인생 최악의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서 다짐했었다. 2025년 건강검진에서는 완벽한 검사결과를 받을 것이라고. 완벽하게 깔끔한 건 아니지만 거의 깔끔한 결과가 나왔다. 지방간은 거의 다 사라졌고, 심장도 췌장도 뇌혈관도 전부 다 정상이라고 한다.

이상 소견이 좀 있던 것은 갑상선인데, 조직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그냥 혹이라고 한다. 안과 검진에서 녹내장은 아니지만 녹내장으로 갈 수 있는 지표들이 나와서 이건 좀 봐야한다고 한다. 다행히 양쪽 눈 전부는 아니다.

케토 다이어트를 한다고 저녁마다 돼지고기를 먹었더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이제는 닭이나 계란으로 바꿔서 좀 조절하려고 한다.

다이어트

입국할 때 105kg 였던 몸무게를 26kg 감량해서 79kg로 만들었다. 이제 7kg만 더 빼면, 15년 전 대학 1학년 입학 때의 몸무게로 돌아간다. 돌아보면 그때는 운동을 제대로 하거나 그런건 아니었으니, 이 추세로 나가면 몸 자체는 지금이 더 건장하겠다.

살이 빠지고 나면서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 사람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을 때 내 몸무게는 얼마였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내와 대학 동기들은 15년전 전의 첫 모습을 기억하기에 신기해하고, 나중에 만난 사람들은 처음 보는 모습을 대하는 듯이 한다.

위고비에 대한 의존도는 줄이거나 없애버리려고 한다. 용량을 늘리니 부작용이 심해진다. 속이 울렁이는 부작용이라기보다 생전 경험해본 적 없던 변비와 조심스러운 정도의 우울증이 몰려온다.

직업

우리가 알던 세상의 모습이 무너질 것만 같다. 요즘 모든 산업군 영역에서의 채용 트렌드는 경력자에게 신입 포지션을 제안하는 것이다. 신규 졸업자는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라이센스 전문직을 제외하면, 신입에게 열려있는 직장은 거의 소멸직전인 것 같다.

전문직도 좋은 대학원도 가지 않는 이들에게 열려있는 것은 오로지 공무원 채용 뿐이다. 불경기에는 공무원만큼 좋은 직장이 없다. 합격왕이 얼른 구매 기능을 지원해서, 수익화를 시작하면 좋겠다. 이 개발일도 언제까지 해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길어야 5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도 더 짧을지도 모르겠다.

한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처럼 직장을 잃고 헤매이게 된다면 과연 우리가 알던 세상의 구조가 지탱이 될 수 있을까. 멍청하고 비효율적인 인간보다 AI를 쓰는 것이 효율적이긴 하지만,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AI로 대체된 세상에선 종전까지의 세계의 질서가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