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9일 일요일 – 서울 생활 145주차
출장
그간의 출장들은 Summit 또는 온보딩이라, 부담도 없고 일정이 빡세지도 않았던 반면 이번 출장은 정말 힘들었다. 발표할 것도 있고, 이야기할 것도 많고, 재미는 있었지만 부담이 매우 심했다.
17시간 단식을 했다면 시차 적응을 했을테지만, 비즈니스 업그레이드를 해놓고 안먹을 순 없었다. 그 대가로 일주일 내내 오후 7시에 잠들고, 새벽 2시에 깨어났다. 새벽 3시면 배가 고파서, 맥도날드를 시켜먹고 오전 5시에는 헬스장에 가서, 8시에 출근을 하고, 오후가 되면 골골대다가 기절하듯이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잠에 들기를 반복했다.
이번 시애틀 공항은 나름 입국이 빡셌다. 미국 주소를 가지고 해외에서 7개월을 체류하다 입국해서, 한국에 거주중이라고 하니까 시애틀 CBP가 내 영주권을 손에 들고 이게 여전히 필요한지 물어봤다. 아 당연히 필요하다고, 2년 이내로 미국에 다시 돌아와서 거주할 예정이라고 해서 넘어가긴 했지만 상당히 쫄렸다.
Global Entry를 입국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신청해둬서, CBP에서 누굴 부르더니 나를 어떤 곳으로 안내해줬다. 여긴 참 불친절한게, 저기 앉아있으면 된다고 말을 해서 앉아있는데 전광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서 이게 나를 처리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걍 뭐 누락된건지 도통 알수가 없어서 불안하다.
시간이 좀 지나니 내 이름을 불러서 가서 몇 가지 질문을 통과하니 간단히 승인되었다. 무슨 종이에 숫자를 슥슥 쓰더니 나한테 주는데, 그게 내 Global Entry 번호인 것 같더라. Global Entry를 신청할 때 TSA Pre까지 같이 신청되기 때문에, 출국할 때 긴 줄을 설 필요없어서 너무 좋다. 시애틀 공항에선 Stop Saver라는 시험적인 것도 하고 있는데, 이건 출국 할 때 시간대를 정해서 신청하면 전용라인으로 가서 바로 Security 앞으로 가게 되는 그런 것이다. 졸라 긴 줄을 거칠 필요가 없는 것. 베타테스트용이니 나중엔 돈을 받겠지. 아무튼 다음 번 입국할 땐 Global Entry라인에 설 수 있게 될테니 신이난다.
머무는 동안 시애틀 날씨는 반은 흐렸고, 반은 맑았다. 원래 맑은 날이 거의 없는 시즌이라고 하는데, 내가 운이 참 좋았다.
시애틀 면세점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소매점 가격보다도 술 값이 비쌌다. 한국 면세점에서는 두 병에 280불인 것이, 여기서는 한 병에 280불에 팔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크게 눈탱이를 맞고 가겠다. 이번 귀국 때 술을 사려고 대한항공 기내면세점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주문 시기를 놓쳤다. 탑승 48시간 이내에는 해야한단다. 그다지 대단한 것을 고를 것도 없었는데. 결국 입국장 면세점에서 좀 더 비싸게 샀다.
집에 와선 하루 종일 빨래를 했다.
모임
블라인드에서 자주 뜨는 소셜 모임이 있길래 신청해서 한 번 강남역 모임을 다녀왔다. 정해진 시간만 빠르게 채우고 돌아왔어야 했는데, 미련하게 저녁 시간 전체를 날려버렸다. 소셜 모임을 하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재미없을 때도 있는데 아니다 싶을 때 빠르게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도 지혜다. 눈치를 본다고 미련하게 남아있으면 그냥 자기 손해다.
모임을 나오면서 문득 나 자신에 대해서도 걱정이든다. 소셜 모임이 망하는 경우 중 하나가, 특정 인물이 너무 많은 말을 지루하게 늘어놓는 상황이다. 스스로 느끼기에 나도 말을 많이 하는 축이라, 문득 걱정이든다. 대학생일 때는 내 장점이 듣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더 이상 아니다. 나는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이제 그 말들이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내는 나름 재미있게 말하는 축이라고 하지만, 아 나도 나이를 좀 더 먹으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점점 더 무서워진다. 오늘 또 생각해보니 독일에서 만났던 노부부는 말을 참 재미있게 하면서도 식사비도 계산해줘서 참 좋았었는데. 나도 그런 쪽의 사람이 되고 싶어.
운동
운동과 인바디에 강박이 생겼다. 가족을 보러 지방에 내려왔을 때도 운동을 가지 않은 날은 좀 마음이 편치않다. 뭘 먹을때도 마찬가지다. 얼른 목표치에 도달하고, 그 담부터는 적당히 조절하면서 살아야겠다.
피부과
피부과에서 울써마지 레이저를 맞았다. 대충 한 달 이후부터 효과가 보인다고 하니 5월에는 충분하겠지.
우크라이나
미국이 국제 경찰의 역할을 사실상 그만두고, 기존 우방국들에게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우크라이나이며, 미국에게 광물 지분을 넘기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 그 다음은 아마도 대만이 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도 이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의 포지션 변화는 전에 없던 것이라, 앞으로의 미래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