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아내와 함께 아침을 먹고 각자 출근하기로 했는데, 아내가 너무 피곤해해서 그냥 아침을 넘기기로 했다. 집 근처엔 좋은 카페가 있어 그 곳에서 일을 한다. 가끔은 사무실보다, 집보다도 카페에서 일하는게 더 집중이 잘되는 경우가 있다. 주변이 너무 고요하면 오히려 집중이 안된다. 이 카페는 이유는 모르지만 와이파이로 주문하면 가격을 50% 할인해준다. 이 정도면 하루 종일 카페에서 일하면서 2시간마다 주문해도 만원 정도면 충분해 보인다.
점심은 카페 근처 식당의 점심 특선 메뉴로 해결했다. 식당에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점심 장사가 안되는지 식당을 함바집처럼 쓰는 것 같다. 주변 공사 인부들이 많이 들락날락한다. 신기한 분위기다. 저녁에 돌아올 때 보니 저녁 장사는 안하는 듯 했다. 저녁 장사를 안하는 고깃집이라니. 신기하다. 퇴근한 아내는 아직 피로가 남아있는지 금새 잠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일요일 8시만 되면 잠드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젠 좀 이해가 간다. 그 때는 휴일이 일요일 뿐이었으니까. 지금 10대와 20대 초반은 모를거다. 주5일제가 당연한 세상. 얼른 주 4일제도 오고 3일제도 오면 좋겠다.
집돌이 수면 패턴이 꼬여서 아침에 일어나는게 피곤하다. 아내는 정상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나를 깨워준다. 나는 일주일 째 방구석에 박혀서 살아가는 중이다. 재택근무가 나에겐 딱히 좋다는 생각이 안든다. 일단 음식이 문제다. 회사에 나가면 아침 점심을 챙겨주고 저녁도 근처 식당에서 먹고 들어가면 된다. 요리를 하기에 너무나 게으른 나는 그냥 배달만 주구장창 시켜먹을…
새해가 되었는데 휴가를 3일이나 쓰면서도 아직까지 신년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었다. 어제도 오후 3시에 일어난 덕분에 밤에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아 밤을 완전히 새고, 출근하는 와이프를 모셔주고 카페에 와서 신년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올해엔 건강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젠 정말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느낀다. 밤 새면서 노는 것도 힘들고, 술을 마시고…
카페에서 일을 하자 재택근무라도 월요일이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요즘 하는 일들은 어렵고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필요한 일들이고 익숙하지 않아 더 힘든 부분들이 있다. 예전에 다뤘던 일들보다 상황이 추상적이고, 불완전한 것들이 많아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위기감 때문에 오늘부터 집이 아닌 카페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휴가를 쓰고 좀 더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