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8일 금요일 (집돌이, 재택, 포탈)

집돌이

수면 패턴이 꼬여서 아침에 일어나는게 피곤하다. 아내는 정상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나를 깨워준다. 나는 일주일 째 방구석에 박혀서 살아가는 중이다. 재택근무가 나에겐 딱히 좋다는 생각이 안든다. 일단 음식이 문제다. 회사에 나가면 아침 점심을 챙겨주고 저녁도 근처 식당에서 먹고 들어가면 된다. 요리를 하기에 너무나 게으른 나는 그냥 배달만 주구장창 시켜먹을 뿐이다.

내가 사회적 교류없이 독신 프리랜서로 산다면 딱 이 모습이 아닐까. 정말 불행하기 그지 없다. 물론 어떤 사람은 이 생활을 정말 행복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보다 집을 훨씬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어디서 줏어듣기로 독신 싱글른 30대까지는 괜찮다가 40대가 되고나서부터 점점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등산을 가보면 40대들처럼 보이는 사람들 모임들도 있는걸 봐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또 우리 세대는 비혼 인구도 훨씬 많으니 40대가 되어서도 비혼인 사람들끼리 어울리기에 그렇게 나쁜 환경인 것 같진 않다. 난 그래도 결혼 생활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재택

헬스장에 못가는 죄책감이 임계치를 넘을 무렵. 홈 트레이닝을 위해 요가매트를 주문했다. 나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예쁜 건 품절이다. 회사는 다음 주 금요일까지 재택 근무를 허용해주는 모양이다. 다른 회사들도 다음 주 금요일까지 재택 근무를 연장하기로 했다. 업무 특성 상 IT는 재택으로 전환하기 용이한 축이니 이럴때는 좋은 것 같다.

경찰, 소방, 공무원과 의료 종사자들은 정말 고생을 하고 있다. 지금 경찰청은 몇 도씨로 끓어오르고 있을까. 총선도 다가오는데 코로나까지 터졌으니 대체 몇 개나되는 TF가 돌아가고 있을지 감도 잡지 못하겠다. 지구대 경찰관은 대민접촉이 많은 고위험군에 속하는데도 아직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이렇게 보면 감염성이 낮은 것 같은데 대체 감염이 이루어지는 주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재택 근무에 맞게 생활 패턴을 좀 바꿔보기로 했다. 책도 좀 읽고 영어회화도 좀 많이 수강하고 일기도 착실히 쓰고 사람답게 살아보자 재차 결심을 한다. 몇 번째 결심인지는 이제 의미가 없으니 기록하지 않을거다.

포탈

회사 사람들이 갓겜갓겜이라고 평가한 게임 포탈을 해봤는데, 일상에서도 머리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인 것 같다. 난 머리가 딱히 좋지 않은건지 보드게임이나 이런 류의 게임은 일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끌리지 않는다. 그래도 켠김에 끝까지 해보려는데 망할 게임이 대체 언제끝나는지 모르겠다. 18단계에서 지하실 같은 곳을 뒤적이다 도통 길이 안보여서 유튜브 공략을 보는데 전혀 다른 곳에 통하는 길이 있어 매우 허탈하다. 근데 이걸 하고도 길이 안보여서 중간에 꺼버렸다. 내일 다시 해야겠다.


2020. 2. 28. diary (한글) 집돌이, 재택, 포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