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1일 수요일 – (사람과의 이별)

사람은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고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면서 가치관도 성격도 변해간다. 남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삶이 멈춰있지 않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사람으로 변하겠다는 목표 정도다.

과거에는 친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멀어진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는 지금껏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들의 사이는 참 좋았었는데, 어느 새 멀어지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돌아보면 가장 큰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16살부터 나는 대략 4년 주기로 인생에서 큰 변화들을 겪었다. 16살에 공부를 시작했고, 20살에 재수를 했고, 24살에 대학원을 준비했고, 28-29살에 퇴사 준비를 시작했다. 이 때마다 나의 성격이나 가치관도 크게 변했다. 20살 이전에 쓴 일기를 지우지 않았다면 확실히 비교해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물론 이런 변화들에서 내가 성숙해졌다는 건 아니다.

이런 변화를 겪을 때마다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감정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편했었지만 지금은 만났을 때 불편하고 기분이 우울해지는 관계가 있다. 내가 변했거나 둘 다 변했거나 이제 더 이상 편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와 친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은 연인과의 이별처럼 느껴진다. 별로 친하지 않거나 연락 빈도가 정말 적다면 이런 일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이별을 두고 나는 정말 오랜시간을 고민한다. 하지만 이내 우리가 예전처럼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고 만다.

차라리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그러지는 못했다. 내가 문제를 회피하고 도망친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글을 적고보니 내가 그냥 나쁜 사람이 맞다. 후회한다고 내가 떠나온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다들 유능하고 좋은 사람들일테니 자신들의 인생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모두 감사하고 소중했던 사람들이다.


2019. 12. 11. diary (한글) 사람과의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