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0일 토요일 – (런던 출장 1일차)

런던 출장 1일차

비행기에서 무려 7시간을 잠들어있었다. 전날에 밤새기 전략이 정말 잘 먹혀든 것이다.
남은 5시간도 긴 시간이긴 했지만, 고향가는 버스라고 생각하니 그나마 편하게 느껴졌다.
입국은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때만큼이나 빨랐다. 올해들어 한국도 전자 입국 수속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물론 짐을 기다리는 시간이 30분이 넘어서 빨리 나와서 딱히 좋을 건 없었다. 정말 효과를 느끼려면 비즈니스 이상을 타는 수밖에…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는데 요금이 미쳤다. 거리만 보고 한국 요금을 생각했지만 요금도 비싸고 도로도 드럽게 막힌다.
차라리 우버를 탈 걸 후회가 된다. 우버 가격은 40파운드 정도라 택시도 그 쯤 나오겠지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무려 100파운드다.
여기선 우버와 택시의 가격차이가 엄청나게난다. 여기도 우버 반대가 극심했는데, 10개월인가 영업 유예기간을 받았다고 한다.

숙소는 Airbnb에서 예약했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웠고, 창문 밖의 베란다를 독채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풍경에서 담배를 피진 않더라도, 맥주 한 잔 마시는 건 정말 운치가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현실은 참 혹독한 것이다.
숙소는 사진과 똑같았지만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들이 너무 많았다.

우선 에어컨이 없다. 대부분의 런던 숙소는 호텔에도 에어컨이 없다. 이맘때 평균 기온이 20도라 딱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필 이번 여름, 이번 주에 역사상 최악의 더위가 찾아왔다. 이 숙소엔 선풍기도 없다. 그리고 창문도 안열린다. 뭔놈의 게스트들이 창문 틀을 부숴서 열리질 않는다. 화장실도 배수구 물이 빠져나가질 않는다. 그리고 인터넷이 안된다. 소파는 아예 내려앉아버렸다. 어쩔 수 없이 베란다 문을 여니 파리떼가 들어온다.

집에 가고 싶다

그래도 런던까지 왔는데, 집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 계획한대로 관광을 하기로 했다.
바깥은 오히려 집보다 시원해서 다닐 만 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생선이라면 질색을 하지만, 영국의 유일한 네임드 음식이 피쉬 앤 칩스라 아내 것을 조금 먹어보니 나쁘진 않다.
프림로즈 힐에서 바람을 쐬다가 다시 집으로 향한다. 여기까진 기분이 좀 괜찮았다.

그렇지만 하천길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도시가 오래되다보니 매우 꾸질꾸질하다.
좁은 하천에는 녹조가 미친듯이 끼어있고, 그 하천 굴다리를 지나갈 때 머리로 떨어지는 물은 정말 최악이었다.
녹조 사진은 올리지 않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오래된 도시다보니 이럴 수 있다지만, 멀리서 찾아올 필요가 굳이 있을까 싶다.
차선도 2차선이 고작이고, 4차선을 구경하기 정말 힘들다. 개선하는 건 불가능해보인다. 환경정비라도 깨끗하게 좀 노력해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발코니로 통하는 거실 문을 열어놓고 밖에 다녀오니 파리가 드글드글하다. 문을 닫고 아내와 함께 수건을 휘두르며 파리를 때려잡는 진풍경이다.
이 더위에 창문도 열수 없다니 정말 최악이다.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짐을 싸서 집에 가고 싶다. 출국까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다니 너무 우울하다. 잠을 자려고 했는데, 더워서 잠도 오지 않는다. 결국 마트에서 사온 생수통을 냉장고에 얼려서 껴안고 잠을 청한다.
스무 살 천호역 고시원에 한 달 있을 때 하던 짓을 서른 살 런던에서 반복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나에게 이민이 쉬울 것 같지 않다.
이제 겨우 런던 출장 1일차다.


2019. 7. 20. diary (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