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6일 일요일 (행오버, 정신병동)

행오버

역시나 술병이 났다. 거의 점심이 되어서 일어났는데, 술을 많이 먹고 난 다음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핸드폰 전화 기록을 뒤져보는 일이다. 어제 아내는 내가 잔뜩 화가 난 채로 돌아왔다고 했다. 기억을 뒤져봐도 누구랑 싸운 기억은 없는데 왜 그랬지. 택시를 타기 전까지 기억을 돌아보면 딱히 특별한 일이 없다. 택시 안에서 뭔가 일이 있었나.

어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보며 어제를 되짚어 본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던 것 같긴한데 정말 겁이난다. 얼마전 뉴스에 경찰대 3학년 학생이 만취 상태로 출동 경찰관에게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말을 해서 네이버 뉴스 메인을 차지했던 적이 있다. 평소에 그런 학생이 아니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술을 먹고 해버린 일은 어쨌거나 본인이 해버린 일이다.

나이를 먹으니까 알콜성 치매가 오는 것이 확실하다. 아직까지 행동면에서 이성을 벗어난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좀 더 나이를 먹으면 행동까지 이상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절대로 폭음을 해선 안된다.

몸에 힘이 없이 하루 종일 누워있다. 저녁이 되니 조금씩 몸이 회복된다. 다행히 지난 번 회사에서 술을 마셨을 때보다는 회복이 빠른 것 같다. 서울에는 화요일에 아침에 돌아가기로 했다. 지금의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너무 좋은데, 올라가기 싫다.

정신병동

누워서 책을 읽고 웹툰을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웹툰을 봤는데 소재도 특이할 뿐더러 그림체도 아기자기하고 스토리도 괜찮다. 정신과의 문턱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인식은 아직도 높다. 그곳을 방문하는게 인생의 주홍글씨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변을 보면 일상적이라 여겨질 정도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병원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마음의 작은 병을 방치하면 결국 큰 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마음의 병을 만드는 환경에 계속 노출되어 있는 한 작은 데미지가 장기간 축적되어 큰 스트레스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신체적인 외상을 입었을 때 병원에 방문하는 것처럼, 마음의 병을 얻었을 때에도 병원을 방문하는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병으로 지정된만큼 우리 누구든 우울증을 겪을 수 있고, 그 상황이 발전해서 더 큰 병으로 번져나갈 수 있다. 만화에서는 정말 심각한 환자였던 사람이 놀라우리만큼 멀쩡한 사람으로 돌아오고, 정말 뜻밖의 인물이 병을 겪기도 한다. 무엇이든지 많은 사람이 빠지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런건 이상한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이고 나는 관계없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2020. 1. 26. diary (한글) 행오버, 정신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