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 금요일 – 프로모션 파티

프로모션 파티

코로나로 부서 단위의 프로모션 파티는 없다. 사실 모든 팀에서 프로모션 축하 파티를 하는 것도 아니라 회사에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프로모션 파티는 없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는 조금 아쉽다. 상반기 취소된 사이클까지 승진 티오에 추가되었기에 이번에는 프로모션에 승진한 사람들이 많다. 입사시기가 나와 비슷한 대부분이 승진을 했다.

조금 예민한 시기라 그냥 있던 터에 우연히 연락이 닿게 되었고, 친한 사람들 몇 명과 비공식 프로모션 축하 모임을 하기로 했다. 할로윈 기간이라 밖에서 계속 놀기는 좀 위험할 것 같아서 숙소를 잡고 놀기로 했다. 강남역 근방의 파티룸을 구해보기로 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교통편 중에서는 비행기가 가장 저렴하다. 예전처럼 만 원 이하의 파격가는 아니지만 왕복 7만원 정도로 버스 수준의 가격이다. 공항에는 서울로 향하는 승객들이 꽤 많다. 공항에 자주 온 건 아니지만 그냥 평소에 느끼던 정도로 붐빈다.

비행기는 항상 타고 나서 후회한다. 저가 항공이라 비행기가 노후화되어서 그런가. 길어야 한 시간인데 그 비행 동안 얼마나 흔들렸는지 모르겠다. 추락하는 느낌이 너무 잘 느껴져서 이렇게 죽는나 싶은 순간도 너무 많다.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생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지만 아무 의미 없다. 물론 내리고 나면 이런 두려움과 후회는 꿈을 꾼 것처럼 깨끗하게 기억에서 지워진다..

서울에 도착해서 숙소부터 먼저 확인했다. 예전에 살던 집 근처 오피스텔이었다. 이전엔 몰랐는데 안에 들어와보니 세대수가 엄청나게 많다. 아파트도 있고 오피스텔도 섞여있는 형태다. 이런데에서 파티룸 영업을 하다니 주변 이웃은 얼마나 고통받을지 참 무책임하다. 강남에서 오피스텔을 사면 안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방음도 그렇게 잘 되는 것 같진 않다.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노는게 정말 얼마만인지.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게 이런 건가 싶다. 코로나가 터지고 우리는 거의 반 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만 소통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당연했던 일상이 정말 소중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서로 조금씩은 불안해하고 있다.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 모든 멤버가 파티룸에 모였다. 급 피곤함을 느낀다. 그냥 밥을 먹고 적당히 술 마시고 잠을 잘 것을 괜히 파티룸을 숙소로 잡았나 싶다. 막차도 다 끊긴터라서 아침까지 강제로 놀 수밖에 없는 파티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또 막상 놀아보니 잘 놀아진다. 파티에는 PT 선생님까지 합류해서 텐션이 좀 더 올라갔다. 트럼프 한 벌과 술로 이렇게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낼 수 있다니.

너무 재미있기도 했지만, 아침까지 버티면서 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아직 내가 완전히 맛이 가지는 않았구나 느낄 수 있는 시간.

어둠이 조금씩 걷히고 첫 차가 다닐 무렵이 되어 우리는 퇴실 준비를 했다. 퇴실 시간은 오전 11시라 잠을 자기가 참 애매했다. 가장 빠른 비행기는 7시 30분. 나와서 바로 공항으로 내달렸다. 새벽이라 다행히 7시 전에 공항에 도착해 곧장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못됐다. 너무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아주 효율적으로 만족스럽게 잘 놀고왔다.


2020. 10. 30. diary (한글) 프로모션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