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3일 화요일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즘 핫한 이슈라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가 아닐까 싶다.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는 내용으로는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 1천 9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기존 공채를 통해 입사한 사람들과 동일한 임금 및 처우를 받게 된다고 한다. 아래의 글은 이 내용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작성된 것이다.

공약이라 놀랄 일은 아니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정권에서 공약으로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알면서도 뽑은 유권자에게 있다. 뽑지 않은 사람은 몰라도 자기가 표를 준 사람이라면 선거 공약의 이행에 문제를 삼는 것은 그냥 자신의 멍청함을 인증하는 것이다.

완벽히 약자를 위한 정책은 아니다

비정규직의 전환을 ‘나쁜 일자리’ -> ‘좋은 일자리’로 바라본다면 ‘낡은 집’ -> ‘새 집’으로 만들어주는 재건축과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재건축 지역은 30년 정도 이상의 낡은 집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당연히 사회적으로 약자로 볼 사람들이 많이산다. 그런데 재건축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정보가 빠른 사람이 돈을 번다고 말하면 조금은 더 정확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하루 아침에 진행되지 않는다. 이번 정규직 전환도 2017년에 세운 기준으로 진행된 일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이들에 대해 정보가 평등할 수는 없다. 내부자가 남들에 비해 빨리 알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친인척을 비정규직으로 청탁한 후에 정규직 전환을 만들어낸 사례가 감사원에 적발되었다는 뉴스가 왜 나오겠나.

역차별 시대

이번 사건으로 수능 7 ~ 9등급은 정규직 전환으로 공기업 직원이 되고, 수능 4 ~ 6 등급은 지역 인재 특채로 취업을 하고 1 ~ 3등급은 인서울 대학 나와서 논다는 말이 떠온다. 이걸두고 인서울 4년제를 나온 사람이 보안검색 직렬을 지원하기나 하냐고 말하는 이가 있다. 서울대생이 9급을 응시하고, 박사가 환경미화원에 지원했다는 뉴스가 나온지도 수년이 흘렀다.

직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규직’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왜 이런식으로 취업판이 흔들려야하나. 이 사례는 노력과 실력이 부정되고 운과 인맥이 승리한 케이스로 각박한 취업시장에서 취준생들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희망까지 없애버린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세상은 운과 인맥이니 어정쩡한 놈이 노력하면 병신이 된다

사실 세상은 운과 인맥이 전부다. 머리 좋게 태어나는 것도 운빨이다.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것도 운빨이고, 좋은 인맥도 실력이 된다. 사실 세상은 처음부터 이런 논리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최근에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 뿐이다. 이 사례는 좀 더 공개적이었던 것 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년들이 가지는 인식은 확실히 바뀔 수 있다. 꾸준한 노력이 병신이 될 수 있는 세상. 이런 분위기가 만연해진다면 그 결과는 무엇이될까. 지금까지 자기가 떨어진 이유가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믿어왔던 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까. 지금 예상으로는 폭동보다는 취준을 하겠지. 그래서 이런식으로 대우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2020. 6. 23. diary (한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