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0일 목요일 – 10개월 간의 재택근무

재택 근무 허용

아마 구글이 재택 근무를 원칙적으로 허용했다면 난 서울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재택 근무가 허용되면서 앞으로 10개월간 고향에 내려가 살기로 했다.

가급적이면 빨리 내려가기 위해 9월 전 입주를 목표로 잡았다. 겨우 한 달이 남았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하다. 전셋집을 알아봐야하고, 계약 기간이 남은 서울 월세 방을 처리하고, 전세 대출을 알아봐야 한다.

새벽 기차를 타고 급히 고향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마저 쉽지 않다. 지금 한국은 이례적인 홍수로 인해 전국 곳곳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선로 침수로 서행을 하는 것도 모자라 대전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30분이 넘도록 기차는 대전역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원래도 긴 여정인데 1시간이 넘게 지연되어 거의 버스와 비슷한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강행군이다. 오늘은 심지어 미팅에서 발표도 있었다. 그래서 그냥 밤을 새고 일을 한 다음 오후에 좀 잠을 잤다. 오랜만에 바쁘게 살았다는 느낌. 아내가 퇴근하고 저녁에 아파트를 보러 돌아다녔다. 저렴한 곳도 있지만 고향은 서울보다 집 값도 싸고, 신혼이니 좋은 아파트에 살기로 했다. 우리가 서울로 옮기게 된다면 앞으로 몇 십년은 이런 아파트에 살지 못할 것이니까.

고향의 아파트는 거의 전용면적 24평의 신축 아파트가 매매가 4억이 되지 않는다. 아파트 바로 앞에 경전철, 지하철 역과 종합 쇼핑몰과 대형 마트, 영화관이 있다. 경전철로 공항까지 20분, 기차역도 40분 정도 소요된다. 비슷한 조건의 강남구 역삼 자이아파트는 30억이다. 비교할 수 없는 갭이다. 서울로 올라가기 싫은 이유가 이런 삶의 질의 차이 때문이다.

재택 근무가 디폴트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1년 후에도 회사에서 재택 근무를 허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면 더 이상 서울 살이에 목맬 필요도 없고 좀 더 가족적인 삶을 살 수 있으니. 연봉이 좀 깎이더라도 말이다. 최소한 집 값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삶을 질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테니. 망할 놈의 집 값이 내려가는 일이 있기는 할까.

고향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운동할지 좀 걱정된다. 당장은 아파트 앞 호텔의 피트니스나 단지내 헬스장에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피티 선생님과 헤어지는게 참 아쉽다. 지금까지 만난 분들 중에선 가장 괜찮은 분이다. 직업으로서 만났을 때 능력과 책임감을 느낀 사람 중 하나다. 고향에서도 피티 수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좋은 선생님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2020. 7. 30. diary (한글) 10개월간의 재택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