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3일 토요일 – 신기한 술자리

반성

어제 오늘은 운동을 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시작한 운동이라 근육통이 어제까지는 엄청 심했고 오늘은 좀 줄어드는 추세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다시 헬스장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PT도 신청해야겠다. 다시 생활을 원래대로 돌려야한다.

등산은 막걸리로 대체되었다

원래 오늘은 동문 몇 명과 만나서 등산을 하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 관계로 그냥 점심 모임으로 대체했다. 낮술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경정으로 퇴직 후에 타 대학원의 교수로 재취업한 선배님은 아이디어가 참 많다. 대부분 이미 만들어진 것이거나 쓸데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제안들이 의미없지는 않다.

룬샷이 성공적인 결과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초기 아이디어가 가진 허점을 보완하고 더 다듬어서 핵심 아이디어는 같을지라도 그 디테일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낮술이라 좋기는 했는데 다음 모임이 있어서 과음하지는 않고 정말 조금만 마셨다.

빡센 술자리

점심 모임이 끝나고 곧장 다음 모임 장소로 향했다. 예전에 경찰로 일할 때 친분이 생긴 청와대 경호실 분, 그리고 친하던 대원 이렇게 셋이 술 약속을 잡았다. 오늘은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날이라 조금 걱정이다. 이 경호관과 처음 술을 마신 날 주량을 조절하지 못했던 나는 새벽에 길거리에서 지갑과 핸드폰을 잃어버린채로 일어났다.

모두 술에 취하니 분위기는 참 괜찮았고, 1차 고깃집에서 2차를 뭘 먹을까 고민하던 중 내가 감자탕이 너무 먹고 싶어져 감자탕 집으로 향했다. 한 명이 더 추가로 합석했다. 역시나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하는 분인데 마산 출신이라고 한다. 이 분은 훨씬 술이 세다고 느낀 것이 술을 마셔도 표정이나 행동이 변화가 없었다.

7080 라이브 카페

이런 시커먼 남자 조합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정말 건전하다. 어쩌다보니 취미 이야기에서 악기 이야기가 흘러나와 색소폰 이야기가 시작되더니 라이브 카페 이야기가 나왔다. 새로운 분이 잘 안다는 라이브 카페가 있는데,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아 사장님께 연락을 하면 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곳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내부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 엄청 큰 홀에 노래방이 갖춰진 곳인가 생각했다. 가는 길에 집에 들러 색소폰을 가지고 온 후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약간 예전 영화에 보단 다방 또는 오래된 호프집처럼 생겼는데 엄청 넓었다.

무대에는 앰프, 기타, 드럼, 피아노, 마이크 등 밴드에 필요한 장비들이 정말로 다 있었다. 마음을 먹으면 공연도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오늘 술자리를 위해서 돔페리뇽을 가져왔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미린다만도 못한 맛이 난다. 이미 술에 많이 취해서 그마저도 맛을 느끼기도 힘들다.

술에 취한 대원은 귀가를 시키고 남은 사람들은 연주를 해보기로 한다. 한 분은 기타를 치고, 한 분은 색소폰을 부르고 나는 노래를 불렀다.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르니 취기가 확 올라서 머리를 누가 양쪽에서 짓이기는 것처럼 아팠다. 두 분은 전혀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역시 모든 건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 같다.

이 자리또한 끝나고 4차를 간단히 하려고 하시기에 죽기 직전인 나는 GG를 치고 집에 들어왔다. 돌아와서 내일을 위해 숙취를 위해 열심히 술을 마셨다. 그 덕에 좀 덜하긴했지만 새벽에 속이 쓰려 고생을 했다. 이번 한 주는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한 주였다. 이제는 일해야지. 운동해야지. 술 마시지 말아야지.


2020. 5. 23. diary (한글) 신기한 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