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3일 금요일 – (강남 멘사 모임)

강남 멘사 모임

‘강남 멘사 모임’ 이 꽤 큰 규모로 열렸다. 장소는 비엘106의 라운지로 작년에 나도 이 오피스텔의 입주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월세가 후덜덜해서 아내에게 이런 곳도 있다고 말만 해줬는데 그게 또 복선이었다. 이 오피스텔은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좀 특별한데, 월 1회의 청소와 세탁을 제공한다고 들었다.

라운지도 정말 간지나게 생겼는데, 내 느낌으로는 스카이캐슬의 독서 모임장같은 색감보다는 좀 더 따스해보인다. 좀 클라스가 있어보이는 모임장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월세가 150 정도라면 세후로 1000 정도 벌어야 부담없지 않을까. 그러면 연봉이 세전 1억 7천은 되어야겠다. 그냥 지금 월세 방에 살아야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이 자리가 나는 자신이 없다. 일종의 대인기피증이 생긴 것만 같다. 외모에 자신감이 너무 없어진게 아닌가 싶다. 오늘 하루가 너무 바빠서였을 수도 있다. 오늘 아침에 건강검진 결과를 받으러 다녀왔다. 등록만 해놓는 수영장 등록을 갱신하고, 회사에 가서 운동을 하고 이곳에 왔다. 내가 술 담당인 겸해서 내 와인을 가져가는 것도 잊어먹었다.

대화 능력

술을 마시지 않고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제일 부럽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그런 서글서글함과 뻔뻔함을 절대 가질 수 없다. 말 한마디를 밖에 내기도 전에 수십가지의 걱정이 머리를 스치며, 온갖 부정적인 상황들이 필터링을 시작한다. 결국 그 말이 필터링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순간은 늦어버린 후다.

그래서 뻔뻔하지 못한 사람들은 술에 의존한다. 술은 이런 검열의 빗장을 느슨히 풀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나에겐 이 효과가 잘 먹힌다. 물론 변화는 스스로의 인식에 대한 변화 뿐이지 내가 술을 마시면 더 재밌어지는 건 아니다.

결국 술에 의존하긴 했지만, 오늘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한 이 자리는 정말 좋았다. 내일 서핑을 가기로 한 친구들이 내 집에 오는게 아니었더라면, 난 아침까지 함께 있었을거다. 돌아보면 그간 나는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과 어울려본 경험이 정말 적다.

경찰대학에서는 대학 사람들과만 있었고, 대학원에선 정보보안, 경찰 조직에서는 경찰들, 회사에서는 대게 같은 엔지니어들과 함께 있었다. 이 집단들도 다양하지만 나는 이 집단들에서 최소 1년이 넘는 시간을 어떤 통일성을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지내왔다. 이 모임은 각자의 세계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사실 그냥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어떻게든 좋은 이유를 만들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에 건강검진이다. 1년에 두 번이나 건강검진을 받는 주제에 술자리를 좋아하면 안된다.


2019. 8. 22. diary (한글) 강남 멘사 모임